직원 추천제의 함정과 진실
처음으로 '직원 추천제'를 통해서 경력직을 채용했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우리 팀에는 실력 있는 기획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몇 달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과거 본인의 직장 동료가 구직 중이라며 추천해준 것이다. 워낙 칭찬을 많이 하기에 기대가 아주 컸다.
그분은 채용 프로세스를 일사천리로 통과했고, 며칠 뒤 우리 팀에 합류했다. 마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적응기간도 없이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팀에 녹아들었으며 퍼포먼스도 휼륭했다. 이런 경험 이후, 나는 '직원 추천제'에 대한 믿음을 꽤나 가지게 되었다. HR컨설턴트로서 고객사나 지인들에게에게 권유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고객사의 사례를 듣고나니, 직원 추천제에 대한 내 확신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고객사에서는 직원 추천제로 입사하면 보너스를 주는 등 열심히 장려했는데, 그렇게 채용된 직원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직원들은 파벌을 형성하기도 하고, 전반적 업무 효율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직원 몇몇을 인터뷰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일도 그렇게 열심히 안해도 되고, 급여도 나쁘지 않아서요. 원래 직장 다니기 힘들다 하던 지인에게 추천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요컨대 그 고객사는 일하기 편한, 날로 먹기 좋은 회사로 소문났던 것이다.
이런 경험 이후에 나는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직원 추천제로 직원을 채용하려면, 먼저 추천자의 안목을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경험상 A급 인재들이 A급 인재를 알아보고, 저성과자가 추천하는 직원은 그 역시 성과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다. 따라서 직원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내 자격요건부터 정하는 것이 좋다.
직원 추천제를 통해 채용하는 경우, 잘 된 경우에 보너스를 줄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직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책임지게 한다기보다 그런 마음가짐을 심어줘야 한다는 얘기이다. 특히 직원 추천제의 경우,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보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오히려 간략하게 해야 한다. 철저하게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 추천하는 직원의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 '프로세스 다 거쳐서 채용했는데, 만약 실패해도 내 책임은 아니지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짜 휼륭한 A급 인재들은 시장에 나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솔로인 친구에게 소개시켜줄 사람 없나 하고 주변을 찾아보면, 이미 괜찮은 사람들은 임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취업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난 인재들은 이미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다른 회사에 고용되어 있지 않더라도 미리 접촉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호감을 쌓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인재 풀을 마련해 놓으면, 향후 기회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업계 컨퍼런스나 네트워킹 행사에 되도록 참여하여 정기적인 교류를 맺으려고 애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항상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결론적으로 직원 추천제는 A급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 없이는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