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불러주세요

by 이경민

이번 가을은 조금 길어요. 다행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오래 내 곁을 머물고 있으니까요.


추우면 손이 차가워져 주먹을 꼭 쥐고,

팔짱도 싱겁게 끼어 보고,

입김을 서서히 불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옷매무새뿐 아니라

조그마한 행동들도 계절을 보여줄 수 있네요.

다들 어떤 행동들로 가을을 느끼고 있나요?


나는 입김인 것 같아요. 그냥 그게 좋아요.

그러다가 나와 같은 마음인 누군가,

당신의 입김 서린 따스한 손으로 온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반갑겠어요.

그렇다면 그 상태의 가을 온도를 함께 나눌 수 있겠죠.


제 말은, 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거예요.

별거 없어 보여도, 특별하게 꾸미면 특별해 보이듯이요.


가을은 참 예쁘기도, 아리기도 해요.

누구는 애매한 날씨라 옷을 살 수가 없다고 하고,

누구는 단풍과 은행이 너무 예쁘다고 하고,

누구는 은행 떨어지는 냄새가 지독해서 싫다고 하고,

누구는 가을을 겨울이라 부르기도 하죠.


이렇게 정의할 수 없는 계절에, 나는 정이 가요.

나는 가을이라 부릅니다.

복잡한 나도 내 이름을 불러주잖아요.

가을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나를 보내는 것 같아요.


음… 내 모습을 말하면 다들 추워할까요.

아직도 나는 나를 뱉는 게 어려워요.

봐요, 이 글 속에서도 내 마음을 표현한 게 한 줄도 없어요.

가을이 애매한 날씨인 것처럼, 나도 애매한 글을 쓰고 있네요.

누군가의 입김이 나를 녹일 때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가을이 위로가 되었는데, 지금은 조금 슬프네요.


이제 두꺼운 패딩을 꺼낼 때가 됐네요.

또 꽁꽁 싸매야겠죠.

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쓰고,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말이에요.


이 계절 안에서 많이 속삭일 거예요.

나도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다음 가을에는 더 나은 내가 되어

손을 흔들어볼게요.


많이 따뜻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내가 되어 볼게요.

그럼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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