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만 왜 녹슬지 않을까

by 이경민

젖었는데도 녹슬지 않는 기억과,

자장거리던 목소리.


턱을 괴다 보면 금세 불편해져

자세를 줄곧 고쳐 앉는다.

괴성이었다가, 웃음이었다가.


버려진 일기장,

그래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큼지막한 자음과 삐뚤한 모음.


오래전에 멈춰버린 휴대폰, 금색 시계,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눅눅해진 이불,

떠도는 벌레들과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


이따금씩, 나열하다 보면 아파진다.

이 모든 문장들이

기억들로부터 빠져나가게 된다면—


그때, 흐르는 건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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