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또한 사랑해

by 이경민

하루가 지날수록 익숙함과 낯섦이 서로의 날을 드러낸다.

그럴 때면 멍하니 흘려보내려 애썼다.


아직까지도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한 채,

어느 쪽 날에 서야 덜 아플까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쪽도 고르지 못했다.

보내줌마저 익숙하지 못해,

무수한 이유로, 아니 핑계로,

어느 쪽도 놓지 못한 채

어색하고 어설픈 내가 둘이 되어 각각의 날에 서 있었다.


이런 나를 보여주니 떠나고 남은 것들을 매번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낯설었고, 조금은 서러웠다.


그럼에도 무심히 흘러가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미움 대신, 자리 잡지 못한 서툰 의연함을 들추어 보는 일이었다.

그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했다.

자리 잡지 못한 것을 꺼내어 내세우니

그건 거짓투성이였고, 따끔거림을 외면하니

나의 의연함은 부스러질 만큼 낡아 있었다.


이제 양날에 서서 괴로워하던 나날들을 보내려 한다.

무엇 하나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에,

떠나는 모든 것들을 잡지 않으려 한다.

고마운 기억만 품고 버티려 한다.


좁고 복잡한 내 삶 틈으로 들어와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 그 자리를

이제는 조금 더 넓혀보려 한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떠나는 일에 대해

서로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하물며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

결국 모순이 되고,

그 이유들이 모여 증오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하는 찰나에도,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찬연하다고 믿을 것이다.


부스러진 의연함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날이 선 감정 위에 다시 올라타고 싶지 않다.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 자리를

다시 허물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또 미워지고,

찬연이 다시 증오로 바뀌는 일이 반복되더라도

그마저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는 선함을

내게 허락해 달라며

잔잔하고 간절히 기도하겠다.


그러니, 다시 돌아와도 부끄럽지 않게

부디 미움 없이 떠나길 바란다.


남아 있는 것들도 어색해져 버린 나는

남아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사랑해보려 한다.

또한 나를 떠나더라도,

그마저도 사랑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은 드물고도 반복된다.

행복을 위해 날이 선 것들을

안온한 밤으로 잠재워 흘려보내며,

다시 나에게 닿을 땐

미움도 증오도 걸러진 후일 거라 믿는다.


오늘은 ‘행복하다’라는 말에

조심스레 발끝을 내딛으려 한다.


서랍에 넣어 두었던 일기를 펼치니

영원함을 소원하며 적어 두었던 이름들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이,

내 일기 속에 향기 나는 이름들이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 자리를 채워줘서 고맙다.

내 아침과 밤이 선명해진 건,

모두 당신 덕분이다.


낯섦 또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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