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류시화
슬픔이 문을 두드릴 때 너무 깊이 숨었다
기쁨마저 찾을 수 없을 만큼
절망이 뒤쫓아올 때는 더 멀리 달아났다
희망마저 따라오기를 포기할 만큼
불행을 이겨 낸 후에는 혹시나
행복마저 두려워했다
내가 욕망을 따라다니면서 언제나
욕망이 나를 따라다닌다고 한탄했다
둘만의 사랑의 둥지를 만드느라
너무 많은 꽃을 꺾었다
별을 세느라 어둠을 외면했다
어둠 없이는 별들도 빛날 수 없는 것인데도
주목받는 날들에 찬사를 보내느라
주목받지 못하는 순간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내가 아픔을 돌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이 나를 돌본 것이었다
아침을 맞이한 모든 것은, 설령 고뇌일지라도
어둠을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모란 앞에서 겹겹이
반성할 일이 있다
작가는 왜 모란 앞에서 반성할까 궁금했다.
모란은 빛, 영광, 사랑, 행운, 여름, 청춘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한다.(네이버 AI 브리핑)
모란의 찬란함은 눈부시게 예쁘지만 금세 지는 덧없음을 간직한다.
많은 사람들은 슬픔, 절망, 불행, 욕망, 사랑, 별, 주목, 아픔에 몰두하느라 그 옆의 것을 못 본다.
반짝이는 것들에 몰두하지만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 때문이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은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있어 가능하다.
내 인생이 반짝반짝하는 날들에 취하지 않고
반짝이지 않는 순간들도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
사는 것은 언제나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절망과 좌절이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다.
돌고 도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좌절하느라
다가온 행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슬픔에 잠기느라
기쁨이 스며들 틈을 막아버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