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518
듣는 사람/박연준/난다
박연준 작가가 읽은 39권의 책 이야기.
작가는 언제 읽어도 심장을 뛰게 하는 책 39권을 소개한다. 나는 이 중에서 9권을 읽었다. 이 책은 술술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알라딘 장바구니에 한 권, 두 권 담아 놓았다. 문장이 빼어나고 사유가 그윽하다는 이태준의 '무서록'이 집에 왔다. 빨리 읽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지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와 사랑'을 학교 다닐 때 읽었다. 너무 오래되어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제목만은 뚜렷하게 기억한다. 한자리에서 정신세계를 관통한 나르치스와 온갖 곳을 다니며 경험하고 인식하는 골드문트. 나는 골드문표에 한 표.
p.11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
박태준 '무서록': 문장이 빼어나고 사유가 그윽하다. 42편의 짧은 산문을 순서 없이 실은 글이라 무서록이라 했다.
p.21 나는 좋은 산문의 조건을 이렇게 꼽는다. 말하듯 자연스러울 것, 관념이나 분위기를 피우지 않고 구체적으로 쓸 것, 작가 고유의 색이 있을 것, 읽고 난 뒤 맛이 개운하고 그윽할 것. '무서록'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다른 장점이 많다.
p.24 시시콜콜하게 살아가는 일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p.85~86 주의 사항이 있다. 장자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때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이야기만 들려주고 깨달음은 듣는 이의 몫으로 남겨둘 것, 깨달음까지 가르치려 들면 당신은(반드시) 꼰대가 될 것이다. 고전은 텀을 두고 읽으면, 읽을 때마다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p.109 침묵은 '무음'이 아니다. 다른 종류의 언어다.
p.142 가족을 탄생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리자 생각: 가족을 유지하는 것은 정, 안쓰러움, 유대감, 의무, 책임감 그리고 사랑 한 스푼이다. 사랑과 필요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또 누군가는 가족이 간절히 필요해서, 가정을 이루고 싶어 배우자감을 찾아 결혼한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사랑해서 필요하고,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니까.
p.156 '고전'을 읽는 묘미는 그 안에서 훌륭함을 찾아내는 대 있는 게 아니라, 옛사람의 생각을 엿보고 시차를 뛰어넘어 공감하는 데 있다.
p.172 "할머니는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보다 진했고 나긋나긋했으며, 낙관적이었다. 엄마들에게는 없는 삶을 관조하는 관록이 있었고, 엄마들에게 있는 긴장과 호들갑이 할머니에겐 없었다." 할머니는 나를 창밖에서 낳은 엄마다. 건너다보는 엄마.
*리자 생각: 할머니는 나를 창밖에서 낳은 엄마라는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한다.
p.216 인간은 슬픔을 손에 쥐고 태어난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내보이는 감정 표현도 '울음'이다. 기쁨을 모르는 자는 있어도 슬픔을 모르는 자는 없다.
p.222 거리를 걷고 있던 카뮈는 책의 첫 몇 줄을 읽다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혼자 읽기 위해 집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p.238 누구라도 인생을 끝까지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귀하다는 것. 자기 일을 오랜 시간 해왔을 뿐인데 어느새 폭삭 늙어버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삶, 이런 삶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혹은 평범해 보이게) 사는 일이 아닐까. 끊임없이 자기 수양과 다독임, 생을 향한 긍정 없이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
*리자 생각: 위의 글은 책 '스토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작가가 생각하는 남편(장석주)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p.259~259 '어린 왕자'는 자신의 어린아이였던 것을 기억하는 어른을 위해, 나아가 눈앞의 바쁜 일만을 좇느라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어른을 위해, 그리고 어른은 알 수 없는 '아이만의 슬픔'을 위해 쓰인 책이다. 시간을 들여 탐험해야 한다. 깊고 넓다.
책 속의 책(39권)
무서록(이태준), 호밀밭의 파수꾼(J.D. 샐린저), 사랑의 단상(롤랑 바르트), 박용래 시선집(박용래), 봉별기(이상),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 내 방 여행하는 법(그자비에 드 메스트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헬렌 니어링), 사양(다자이 오자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안톤 슈낙), 장자(장자), 연인(마리그리트 뒤라스), 진달래꽃(김소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침묵의 세계(막스 피카르트),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슬픔이여 안녕(프랑스아즈 사강), 화사집(서정주), 동백꽃(김유정), 변신(카프카), 삼십세(잉에보르크 바흐만), 이상한 나라의앨리스(루이스 캐럴), 수상록(미셀 드 몽테뉴), 일방통행로(발터 벤야민), 여름의책(토베 얀손), 빌뱅이 언덕(권정생), 시는 내가 홀로 사는 방식(페르난두 페소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라스토프), 로미오와 줄리엣(윌리엄 셰익스피어),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모자(토마스 베른하르트), 슬픈 인간(나쓰메 소세키 외 25인), 섬(장 그르니에), 흰 개(로맹가리), 스토너(존 윌리엄스), 운유로서의 질병(수전 손택), 밤엔 더 용감하지(앤 섹스턴), 어린 왕자(앙투안 드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