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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Jul 22. 2022

어쩌다 세 아들 육아 중입니다

초현실 결혼 세계

내가 말했었나? 나는 쌍둥이 엄마라고. 그것도 아들 쌍둥이. 임신 10주 차에 배가 찢어질 듯 아파 유산인 줄 알고 부랴부랴 갔던 병원에서 또 다른 아이가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고, 그 후로 나는 쌍둥이 엄마가 됐다.      


그동안 내가 쌍둥이를 육아 중이라고 밝히지 않은 이유는 내 글을 읽을 불특정 독자가 쌍둥이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될까 봐였다. 쌍둥이가 신생아였을 때 ‘한 방에’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던 것처럼, ‘쌍둥이 육아맘은 다를 것이다’라는 색안경이 생길까봐 비밀리에 감춰왔다. 이렇게 쉽게 밝힐 거면서 비밀이라니 우습지만 말이다.     


여하튼 쌍둥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울었다. 앞뒤로 둘러업고 둥게 둥게를 하기도 했고, 양팔에 아이를 끼고 동시에 모유 수유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친정 엄마가 끓여준 한 솥 가득한 미역국을 우걱우걱 먹으며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던 적도 있다. 솔직히 아직도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핏덩이 같은 두 아이보다 더욱더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있었다. 자기가 아빠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이전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남편을 대하는 게 더 어려웠다. 뱃속에 아이는 둘이었는데, 셋을 낳은 기분이랄까. 아니, 이 애들은 당신 애라고!     


운만큼 많이 싸웠다. 거의 매일을 남편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고불고했다. 지랄병이 도진 거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산후우울증이었다. 나만 힘들고, 나만 피해자고,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내가 산후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면 요 앞에 써둔 글을 읽어보시길!    


결혼 9년 차, 육아 5년 차. 쌍둥이는 이제 내가 없어도 둘이 꽁냥꽁냥 잘 논다. 밥도 스스로 먹을 줄 알고, 옷도 스스로 입을 줄 안다. 얼마 전엔 스스로 씻기까지 했다. 육아에서 탈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기분이다. 감격스럽다. 남편은 어떻냐고? 밥도 차려줘야 먹고, 옷도 찾아줘야 입는다. 얼마 전엔 샤워하러 들어가서는 온수 좀 틀어 달란다. 나는 어쩌다 세 아들을 육아 중이다. 이게 현실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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