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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Aug 07. 2022

시어머니와 잘 싸우는 법

우리는 싸우는 삶을 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치열하게 싸우고, 나의 신념과 싸우고, 가치관과 부딪히며 좌절하기도 한다. 나 역시 장난감 하나로 동생과 죽일 듯이 싸웠고, 친구 때문에 친구와 미친 듯이 싸웠다. 나는 엊그제도 미친 듯이 싸우고 화해했다. 학업, 진로, 결혼 등을 이유로 가족과 싸우는 건 어쩌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때론 내가 틀릴 때도 있지만, 마치 활화산처럼 뜨겁게 싸우고 나면 조금은 성장해있을 거라고 믿는다.    


결혼 후 가장 큰 위기는 시댁과의 갈등이었다. 시답잖은 문제들로 부딪혀왔는데, 항상 원인 제공자인 남편은 쏙 빠지고, 결국 전쟁터에 남은 건 나와 시어머니뿐이었다.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인 건가. 하하.       


결론부터 말하면 시어머니와의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치열한 접전 끝에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끝이나곤 했다. '위기의 부부들'이었던 우리가 그럼에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3년 전쯤이었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육아를 키워드로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했다. 시어머니와 나는 의견이 달라도 너무 달랐고, 나는 '싸가지 없는 며느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카톡 속 시어머니에게 바득바득 대드는 나의 모습을 보고 친정 엄마가 말했다.      


“너에게는 시어머니일지 모르지만, 이서방(남편)에게는 엄마다. 너도 엄마가 소중하듯, 이서방에게도 엄마가 소중할 거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에게 우리 엄마가 소중하듯, 남편에게도 자기의 엄마가 소중할 텐데.. 나는 매번 ‘나야? 니 엄마야?’라며 이분법적 선택지를 들이밀었으니 남편도 참 죽을 맛있었을 게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참 철없고, 멍청했다. 산후 우울증이었다고 변명해본다.

 

그 후로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길 때면 잠시 숨을 고르고 되새김질하듯 주문을 외운다.  ‘시어머니도 엄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똑같지 않은가.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몸의 피도 빼서 줄 수 있는 게 엄마다. 우리 시어머니도 아마 나와 비슷할 게다. 아니, 나보다 깊은 내공을 갖추셨겠지. 내가 내 아들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남편을 가장 잘 아는 건 시어머니일 것이다. 인정하자. (말도 안 되는 시어머니를 대하는 방법은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역지사지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게 하나도 없다. 득도를 하라는 게 아니다. 신처럼 모든 걸 포용하라는 말도 아니다.  그냥, 시어머니도 나처럼 누군가의 엄마라는 걸 인지하면 조금은 낫다는 말이다. 싸움에서 꼭 이겨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남편에게 심장을 내어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시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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