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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Aug 05. 2022

우영우를 우영우로 키워낸 우영우 아빠의 이야기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자폐아의 부모들

글로 먹고사는 한 사람으로서 '잘 만든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가 참말로 부럽다. 그 작가의 세계가 궁금해 모니터 앞에서 손품을 팔고, 그 작가의 세계를 닮고 싶어 애를 쓰지만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부러운 작품이다. 대사도, 장면도, 연기도, 연출도,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탄탄하고 쫀쫀하다. 실제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도 인정할 정도로 촘촘한 디테일은 작가가 했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작가가 탄생시킨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우영우의 아빠 우광호다. 측은하고 애틋한데,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인물이랄까. 우영우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우광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가 딸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 능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딸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숱한 밤 숱한 눈물을 흘리지 않았더라면,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흘려보냈더라면 우영우가 지금의 우영우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우영우가 이상한 변호사가 되어 대단한 변호를 할 수 있게 된 데는 전적으로 우광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우광호는 울고 있는 딸을 다그치지 않고 법 지식으로 설득한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김밥집을 차렸고, 딸이 이야기할 때는 허리를 숙여 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딸이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며 운다. 우영우의 모습에서 우광호가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내 주변엔 실제로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가 둘 있다. 한 명은 자폐 아들을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성인으로 키워냈고, 한 명은 아직 초등학생인 자폐 아들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자폐아는 학교, 식당, 화장실... 모든 생활을 무한 반복해도 겨우 자기 밥을 챙기고, 뒷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아들이 식당에서 스스로 계산할 수 있게 되는데 까지 30년이 걸렸다며 우는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두 엄마는 같은 말을 한다. “아들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요.”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의 곁을 떠날 수 없다. 따가운 사회에 홀로 남겨질 아이가 걱정되어 죽을 수도 없다. 부모가 원하는 건 아이보다 오래 사는 것. 그것 하나다. 아마도 우광호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자폐아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힘을 쏟지 않는다. 자폐아라는 이유로 옆집, 윗집, 아랫집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그 부모와 아이를 불쌍하게 여길뿐, 대부분이 부모와 사회 시설이 책임진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를 우영우로 키워낸 우광호를 보여줌으로써 우영우를 대하는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 이제 4회 남았다. 우리는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다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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