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에서 찾은 작은 안도감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한 나는 어제 있었던 벌레 소동에 대해 친구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너무 힘들었겠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고, 본인들 역시 기숙사에 거미와 벌레가 너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한 친구는 기숙사에 처음 입주한 날, 커튼을 걷자 주먹만 한 거미 시체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고 했다. 지금은 책상 옆의 작은 공간에서 거미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지 벌써 2주가 넘었다고 했다. 불을 끄고 잘 때마다 그 거미가 방 안을 돌아다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베개 위에 거미가 있었다며, 공용 주방에도 거미가 너무 많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숙사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내게 힘들면 우리 방으로 와도 된다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었다. 너무 고마웠지만, 기숙사 방이 워낙 좁고 모든 가구가 1인을 기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나로 인해 친구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이 분명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런 제안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고,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 도저히 못 있겠다.”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는 어제의 소동이 무색하게 방 안이 고요하고 평온했다. 오히려 벌레가 어제보다 훨씬 적어 보였다. 나는 그냥 어제만 그런 거였구나라고 안심하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여기가 곤충 박물관인 줄 알았다. 어제 봤던 벌레보다 두세 배는 더 큰 벌레들이 화장실 곳곳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심지어 벽에 걸어둔 머리끈과 수건 위에도 붙어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곧바로 화장실 문을 쾅 닫고, 침대에 걸터앉아 진정하려 애썼다. 내 추측으로 벌레들이 화장실에만 있었던 이유는, 내가 화장실과 방 사이의 문틈을 테이프로 막아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마리는 방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결국 나는 친구에게 연락해 오늘 하루만 재워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고, 친구는 흔쾌히 오라고 해주었다.
친구 기숙사로 출발한 시간은 밤 9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내 기숙사에서 친구 기숙사까지는 넉넉잡아 40분이 걸리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길을 나섰다. 시내에서 버스를 내려 친구 기숙사까지는 약 10분을 걸어야 했는데, 그 길에는 홈리스와 불량한 10대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걸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날 이후로 밤에 영국 길거리는 다니지 말자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친구 기숙사에 도착하자 모든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왔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고, 금방 아침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