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늘공과 어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 줄어든 말로, 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량진 생활을 거치지 않은 임기제 공무원 등을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공무원 채용시험을 통해 들어온 일반직 공무원들은 늘 공무원이기에 ‘늘공’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어공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공'의 종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 생각보다 공무원 조직에는 어공들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통령이나, 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들도 따지고 보면 어공이며, 그런 높은 분들을 보좌하는 보좌관들도 어공이다. 반대로 가장 낮은 직급으로는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9급 상당의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이나, 휴직자의 대체로 임용되는 한시임기제 공무원도 있다.
대강 늘공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물론... 모든 늘공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미로만 보자)
○ 개방형 직위, 지자체 6급(팀장) 이상의 자리
개방형 직위를 포함한 기초 자치단체 기준으로 보통 6급(팀장) 이상의 관리자급 자리는 정치적인 부분이 관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5급 이상의 자리는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사장님 라인”을 타기 마련이고, 때문에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자리를 위협받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회전의자를 꿈꾸는 늘공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곤 한다. 특히 TO를 잡아먹는 일반임기제의 경우, "쟤네 때문에 우리가 승진할 자리가 없어!"라는 뒷 소리를 하는 늘공이 없을 수가 없다.
물론 정치적인 부분과 상관없는 찐 전문가들도 있다. 의사, 변호사, 법무사 등 매우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전문가라면, 아마 이 글을 안 보시지 않을까...? 싶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아마도 우리처럼 급수나 안정성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겠지..)
○ 전문임기제
임기제 중에서도 전문임기제, 특히 자치단체의 전문임기제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음... 굳이 표현하자면 합법적으로 보장된 낙하산이다. 정책결정의 보좌 역할로서, 사장님이 취임과 동시에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사장님이 그만두면 임기 역시 끝난다. 늘공이 아닌 비서실장 등 사장님을 수행하는 민간인이 바로 그들이다. 당신이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이런 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자. 반면 국가직의 경우에는 약간 다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전문임기제로 뽑히며, 임기 역시 일반임기제와 동일하다.
○ 7~8급 상당
일반임기제 7급과 8급. 시간선택제 임기제 다급, 나급 등 7~8급에 해당하는 자리의 경우,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는 개인의 전문성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이 오게 된다면 그들(늘공)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에 조직적인 차원에서도 우호적인 경향이 있다. 때문에 6급 이상의 관리자급 자리보다 오히려 안정적인 경향이 있다.
급여체계 또한 8급 상당부터는 전문가로서 대우받는다. 대강 4000 정도의 기본 연봉이 하한액으로 보장되고, 이는 늘공 동일 직급 10호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서 늘공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 개인의 성과평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추후 연차가 쌓이면 세전 기준 6~7천 정도까지도 수령 가능하다. 다만 소득을 늘공들이 알게 될 경우, 혹은 알고 있는 늘공에게서 "왜 이리 많이 받아?" 하는 시기와 질투는 감수하자. 개인적으로는 일하기 가장 적당한(?) 자리들이 아닐까 싶다.
○ 9급 상당, 한시임기제
개인적으로 한시임기제와 시간선택제 임기제 마급의 자리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제도적으로 9급 상당의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공식적인 하한액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지자체별로 업무에 따라 급여를 자체적으로 책정하는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하는 지자체들이 많다. (특히 서울의 자치구들...) 더군다나 마급과 9급을 바라보는 늘공들의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전문직이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치 기간제 근로자와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공무원인... 그래서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는 나쁜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최저임금에 가깝게 받는 9급 상당이라면 하루빨리 도망쳐라. 열심히 다른 공고를 찾아보거나, 경력기간만 채우고 기회가 있을 때 7~8급 상당의 자리를 찾아 이직을 준비하자. 20,000천 원도 안주는 지자체는... 그 지자체가 9급 상당의 임기제 공무원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빠른 탈출이 답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마급 하한액을 30,000천 원 이상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런 나쁜(?) 지자체의 공고에는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항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람이 뽑히지 않아서 마급을 라급으로 올려 뽑는 경우들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 의회에서 뽑는 임기제 자리
2022년부터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되며, 지방의회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뽑는 경우들이 많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해당 자리는 지방의회의 의장, 의원들과 연관된 정치적인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선거뿐 아니라, 우세한 정당 ․ 의장 등 따라 많은 정치적인 풍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안정성은 다른 어떤 자리보다 불안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공식적으로는 개방형 직위, 일반임기제, 전문임기제, 시간선택제 임기제, 한시임기제 등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맡은 직무나 직급에 따라, 어떻게 들어왔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계층이 상당히 나눠진다. 이 때문인지 임기제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고, 임기제의 처우개선 문제도 지지부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