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있는 자리에 지원하는 우리의 자세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임기제 공무원을 지원하여 몇 번 면접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현직자가 지원하여 다시 그 자리에 채용되는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당신은 원치 않는 들러리를 선 것만 같고, 어차피 내정자를 뽑을 것이라면 뭐하러 공고문을 통해 선발하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일단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자면 현직자가 100% 내정되는 경우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현직자면 내정자 아니냐,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확하게는 공정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당연히 현직자가 유리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2년의 경력 조건을 충족하여 일반임기제 8급에 지원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자리에 전임자가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업무능력이나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단순하게 경력만 비교하면, 전임자는 최소 7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자격요건 2년 + 재임용까지 5년 근무). 여기에 행정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현직으로 있으면서 갖춘 인적 네트워크. 당장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 등을 고려해보자. 누구를 뽑는 것이 좋을까?
또한 면접위원의 입장에서 대학 학점이나, 자격증보다 더 확실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력이다. 만약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불성실한 사람이라면 5년을 채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현직자가 5년 동안 근무를 했다는 것은 업무능력이나 성실성,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이미 검증된 인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무조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처음으로 임기제 공무원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현직자와 동일한 조건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제 자리는 공평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제비뽑기가 아니다. 최소 요건을 충족했을 당신이 현직자와 동일한 조건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제비뽑기보다는 격투기와 비슷하다. 세계 챔피언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도전을 받듯이, 현직자가 있는 자리의 공고는 그런 챔피언의 의무방어전과 비슷하다. 때문에 당신은 도전자의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강력한 챔피언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도전자에게 패배할 수 있는 법이나, 도전자가 없다면 패배하지도 않는다.
“현직자가 지원할 것 같은데... 넣을까요? 말까요?”라고 고민할 시간에 한 곳이라도 더 지원하고, 면접 준비를 조금이라도 더 하자. “저는 재공고만 지원하는 게 더 유리한 것 같아요.” 현직자만 지원하여 재공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모두 지원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가장 유리하다. “면접 일정이 빠른 것 같아요. 들러리 아닌가요?”면접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미리 겁먹고 면접을 가지 않거나, 지레 포기하고 설렁설렁 본다면 있었던 낮은 확률도 사라진다.
또한 당신이 일단 임용된다면 도전자에게 불리했던 조건들은 곧 당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도전하자. 복권도 사야 당첨이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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