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ha Jun 03. 2022

면접장은 정답을 맞히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어공을 뽑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규직 채용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서류제출로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이후에 면접을 통해 선발되면 끝. 사실상 자격요건은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면접이다. 물론 서류로 제출하는 직무수행계획서 등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직무수행계획서만 잘 작성했다고 해서 최종 합격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처음 어공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내 전문분야에 대해 잘 준비해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각 지자체의 인사위원들은 당신이 지원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아마도 당신이 작성한 직무수행계획서와 전문성 등을 세밀하게 판단할만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실제 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다시 말해 내 분야에 대한 답변만을 준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면접 후기들을 보면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공무원의 13대 의무, 6대 의무, 청렴이나 김영란법 등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물어보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은 이유도 이것과 연관된다.


그렇다고 면접이 ‘요식행위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면접관은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분들이 선발되기 마련이고, 그들은 당신만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이 대답하는 태도와 자세, 대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 할 것이다.


당신이 사회복지 분야의 면접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우리 시의 수급자는 얼마나 되나요?”와 같은 질문은 정확한 숫자를 듣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질문을 하는 면접관 역시 그 숫자는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그 답변하는 과정에서의 태도와 대응력을 보는 것이다.


  A : “우리 시의 수급자는 2021년 12월 기준 73,214명입니다.”


  B : “제가 긴장이 되어서,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차상위 계층의 숫자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급자뿐 아니라, 차상위에 대한 정책들도 확대하여, 수급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시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다른 예를 들어보자.


Q. 공무원의 6대 의무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A : 공무원의 6대 의무는 성실, 복종, 청렴, 친절과 공정, 비밀엄수, 품위유지 등 6가지를 이야기합니다.


  B1 : (3개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공무원의 6대 의무는 복종, 청렴, 친절과 공정 등이 있습니다. 긴장해서 나머지 부분은 지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향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B2 : (3개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공무원의 6대 의무는 복종, 청렴, 친절과 공정 등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청렴과 공정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로서 청렴은 열 번 말해 아깝지 않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청렴과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시민들이 우리 시의 각종 정책과 시책들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으며, 행정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청렴과 공정이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자. 당신은 누구를 뽑겠는가?



Q.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A : “우선 상사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에게는 복종의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B : “부당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부 감사조직을 통해 부당한 지시를 알리고,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C : 대부분의 상급자가 고의로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험 상 그분들께서 부당하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시를 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상급자분에게 지시하신 내용을 정리해서 확인받곤 합니다. “이 사안을 이러이러하게 처리하라는 말씀이신가요?”하며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대부분 그 안에서 부당한 부분을 인지하시고 지시를 철회하거나 바꾸시곤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지시를 하신다면, 그 지시가 부당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는 과정을 가지겠습니다. ‘그렇게 추진할 경우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우려됩니다.’등으로 말이죠. 하지만 만약 명백한 부당한 지시를 반복하신다면 행동강령 상담실 등 조직 내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혹은 상급자라면 어떤 대답이 가장 마음에 들 것 같은가?


당신이 정확한 정보를 가진다면 물론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정답을 맞히는 것 만으로는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면접은 정답을 맞히러 가는 곳이 아니다.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사고의 흐름과 대응력,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딜레마의 질문이 곧잘 나오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숫자를 외우려 하기보다는 어떤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하는 연습을 해보자.


1) 그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

2) 그 답변에 대한 당신의 생각(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3) 첨언(예외 사항이나, 나를 더 어필할 수 있는 첨언


질문 : “우리 시 재정자립도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1) 답변 : 우리 시의 재정자립도는 약 20% 정도로 도내 최저 수준입니다.

2) 내 생각 :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도비 등 외부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첨언 : 제가 가진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했었던 경험들을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임기제공무원 #면접 #준비

이전 03화 현직자가 있는 자리에 지원하는 우리의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