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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May 27. 2022

당신이 처음 어공으로 임용됐다면?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구직활동을 하다보니 어쩌다 임기제 공무원에 얻어걸린(?) 당신. 아직 얼떨떨하고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임용장 수여식이 있다는 연락에 임용을 하게된다. 그리곤 정신을 차려보면 안 입던 정장을 차려입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이름도 잘 모르는 높은 사람이 주는 임용장을 받고. 무언가 선서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선서를 하며 정면에 보이는 태극기를 보며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사명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냥 돈을 나는 분명 취직이라 생각했는데 뭔가 취직이 아니라 이상한데? 하는 느낌적인 느낌...


사실 일반적인 민간 기업의 취업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 맞다. 우선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일반 민간조직과 공조직이 가장 큰 차이점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신의 전문분야나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공공기관이라는 조직의 특성과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에서는 돈을 아끼고 아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미덕이고 곧 실력이었다면, 공조직에서는 주어진 예산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조직에서처럼 예산을 아껴, 절반의 비용으로 동일한 성과물을 만들어내면, 높은 확률로 “신속집행 부진사유”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역할이 부의 창출이 아닌, 부의 재분배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을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여러 사업들을 통해 먹고사는 지역 기업들이 있기에, 돈을 아끼는 것만큼이나,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익숙하지 못한 개념이겠지만, 신속집행뿐 아니라 행정 사무감사나 결산 검사 등에서 예산의 집행률이 낮은 것은 단골 지적사항이다. 때문에 소요되는 예산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예산을 수립하고, 일단 수립된 예산은 최대한 소진하는 것이 공직사회의 미덕이다.


두 번째로 유념하여야 할 것은, 당신이 속한 기관의 장은 선출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선거에 이득이 되느냐?’ 혹은 ‘선거 때 활용할 수 있는 치적이 되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곧 민원인에게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공무원 문화와 맞닿아 있다. 때문에 가끔은 비논리적이고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사업들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는 공공기관의 성과 목표가 사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기업처럼 성과는 곧 매출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거나, 뭔가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기에 성과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매우 높은 윗분들께서는 “전국 최초”,“광역 최초”등 시민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키워드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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