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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Aug 17. 2022

임기제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면, 혹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일단 신분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반적인 기준들은 이제 당신이 속하게 된 조직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 당신의 신분은 근로자가 아닌 ‘정규직 공무원’이 된다. 계약기간이 있는데 무슨 정규직인가요?라는 따지지는 말자. 글을 쓰고 있는 본인 역시도 의문이기에.  


  어쨌든 나라에서는 우리를 정규직 공무원으로 분류하고 있고, 때문에 근로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것들에서 제외되는 경우들이 많다. 우선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야간 근무수당 1.5배, 휴일 근로수당 1.5배 등의 조항들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현실은 당신이 밤 12시에 퇴근하더라도 정해진 초과근무 단가로만 지급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12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제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적용받지 못한다. 오히려 당신이 어느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기관별 초과근무 총량제 등을 통해 실제 더 많은 근무를 했더라도 수당도 제대로 못 받을지도 모른다.


  또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당신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쉬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무원의 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민간 회사의 창립기념일에 해당하는 4월 11일 역시 쉬지 않는다. 의례적으로 5월에 특별휴가를 챙겨주는 기관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호의일 뿐 권리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퇴직금 또한 없다. 혹자는 퇴직일시금이 퇴직금 성격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본다면 자신이 냈던 기여금에 이자를 더해서 돌려받는 것에 불과하기에 퇴직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그 기간만큼의 연금 공백이 생기는 것은 덤


  간간히 억지로 끌려 나가는 각종 근무들은 당신의 선택이 아닌 명령이다. 공문이나 어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과근무명령’, ‘당직근무명령’, ‘비상근무명령’ 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당신이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하면서 외웠을 공무원의 13대 의무 중 복종의 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당직근무나 비상근무에 응소하지 않았다면 명령을 불복종하는 것이 되기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고용보험도 원칙적으로는 가입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특수성을 감안하여 3개월 이내에 가입신청을 하면 임의가입 형태로 인정해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내일 배움 카드 등 일반적인 근로자에 준하는 모든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나 재계약이 실패하더라도, 타 지자체의 공고를 기다리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당신은 공정한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기에 겸직이 제한된다. 흔히 투잡으로 많이 생각하는 대리운전이나 배달 알바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는 물론, 비상근으로 사외 이사를 맡는 것들도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외부 강의를 나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며, 받을 수 있는 사례금 역시 제한된다. 심지어 부동산 임대를 하더라도 2채 이상을 임대한다면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 비정기적인 저술 활동을 통한 인세 등은 예외로 규정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신의 정치활동 또한 제한된다. 특정 정당에 가입해서 당원이 될 수 없으며,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의 글을 퍼 나르거나, 비판하는 글들도 조심해야 한다.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SNS의 선거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응원 댓글을 다는 것. 아무런 멘트 없이 좋아요를 누르는 것조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공으로 일하는 동안은 철저하게 무채색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당신이 만약 10년 이상 근무하여 공무원 연금 수급권자가 된다면 기초연금도 받을 수 없다. 이것은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배우자도 받지 못한다. 민간에서는 무조건 공무원 연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이미 공무원 연금은 국민 연금에 비하여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뀐 지 오래다. (국미연금은 4.5% 공제에 지급률이 1%, 공무원연금은 9% 공제에 지급률이 1.7%다. 이마저도 근속연수에 연동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경우 기초연금이 더해지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공무원 연금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때문에 5년이 지나 재임용을 고민하는 시기에는 연금 플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퇴직일시금을 받아 초기화하는 것이 좋을지... 그냥 묵히고 10년 이상 근무하여 공무원 연금을 받는 것이 좋을지... 일반적인 공무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33년 근무할 수 있고, 공무원 연금으로도 충분한 노후가 보장이 되지만. 33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는 셈법이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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