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과의 주인공이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가장 힘든 시기는 아마도 임용 직후 처음 1년일 것이다. 아직 내가 담당해야 할 업무는 물론 공공기관이라는 조직에 대해서도 잘 적응을 못 했는데, 온나라니, 새올이니, e호조니 하며 생경한 시스템과 행정절차들을 익혀야 하고, 당장 내게 주어지는 업무를 하기도 벅찬 시기이기 때문이다.
생경한 조직과 문화에 적응해가며, 어찌저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아... 이거 계속해야 하나’ 싶을 때쯤에는, 성과연봉이라는 금융 치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한 20~30만 원 이상 월급이 오르기에,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1년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속한 부서에서, 당신이 고참이 되어간다는 사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순환보직제도를 통해 다양한 업무 경험을 가진 ‘제네럴 리스트’로 육성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기 때문에 보통 2년 내외면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곤 한다. 반면에 우리는 고유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다른 부서로 갈 일이 거의 없고, 부서의 붙박이가 된다. 이른바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정기인사와 수시인사 등으로 부서원이 계속 바뀌는 것을 구경하다 보면, 빠르면 1년 반 정도, 늦어도 3년 정도가 지나면 당신은 부서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에는 당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다. 이제 막 공직생활을 시작한 풋내 나는 외부인이 아니라 우리 부서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우리 과의 업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된다.
이는 ‘선례’를 중시하는 공직문화와도 연결된다. 원래 하던 일이면 문제가 생겼을 때 감사에서도 관대한 처분을 받지만, 새롭게 무엇인가를 할 경우 기획한 사람이 흠뻑 뒤집어쓰기 마련이고, 늘공 들이 선례가 없다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당신은 새로 부임한 부서장이 “선례가 있느냐?”라고 물을 때,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예전에 이건 이래서 이렇게 했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서의 고유 업무와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단순히‘선례’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해봤던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는 사람.
신뢰란 것은 '말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발자국'에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힘든 지금을 버텨내고, 2~3년 뒤 그 부서에 가장 많은 발자국을 남긴 사람이 된다면 누가 새로 오더라도 금방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급자가 신뢰를 보이면 훨씬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열심히 이 길을 걸어보자. 기억하자. 내가 곧 우리 부서의 역사고, 주인공이다!
#임기제공무원 #고인물 #3년뒤엔 내가 왕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