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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Jun 28. 2022

공무원인 듯 공무원 아닌, 공무원 같은 나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현직 임기제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이들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 바로 누군가 “그래서 네 직업이 뭔데?”라고 물어봤을 때 뭐라 답해야 할까? 하는 것. 소개팅을 받았는데 상대방이 직업이 뭐냐 물으면, 신분은 공무원인데, 공무원이라고 하기엔 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렇다고 미주알고주알 하나하나 설명하자니 귀찮아서 대부분 “그냥 회사 다녀요” 정도로 퉁치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시청 다닌다는 이야기에 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차마 ‘2년짜리 계약직이에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포지션은 조직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제도상으로 나는 정규직 공무원이고, 공무원증도 있고, 공무원 연금도 내고 있는데 공채 출신의 늘공과는 무엇인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에 가까운 느낌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막상

기간제 근로자나 공무직과는 또 다른 부류에 속하기에,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되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문직 공무원”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반 공무원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전문분야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연봉제로 계약해서 행정 업무를 하고 있다고. 그리고 마찬가지로 함께 일하는 일반직 공무원에게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대우받기를 원한다.


우리가 처음 진료를 받는 의사 선생님이 불친절하더라도, 그분의 의료지식은 존중하는 것처럼, 10년째 집 앞 병원을 지키시는 주치의 같은 의사 선생님께서 아무리 친절하게 이야기하시더라도 마냥 친근한 것은 아닌 것처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행정조직 안에서의 특정 분야 전문가라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과 친화력을 가지고 있어 늘공들과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혹은 반대로 사회성이 부족해서, 같은 팀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말 한마디조차 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당신을 전문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분야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전문성을 갈고닦아야 한다.


명심하자. 우리는 늘공들의 세계에서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아무리 인간적인 관계를 잘 맺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임기제 공무원일 뿐이다.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이다.


#임기제공무원 #임기제 #어공 # 어공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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