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가 적는 모든 이야기들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사실 공무원이라는 직종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직종과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일부의 경험으로 임기제 공무원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또한 필연적으로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들도 언급될텐데, 그냥 웃고 넘어가자는 이야기로 들어줬음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공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나눠봤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무원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할 것이다. 09시 출근, 18시 칼퇴근. 커피 한잔 타들고 민원대에 앉아서, 가끔씩 오는 사람들에게 등본을 출력해주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공무원이라고 해서 그런 업무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체국, 경찰, 교사, 동사무소, 세관, 법원, 하수처리장, 교도소 등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공무원’들은 일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임기제다보니, 일반적인 공무원들이 담당하지 않는 업무 전문가들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는 것이다. 카지도 감독관, 종마 키우기, 경운기 등 농기계 운영, 천연기념물 추적관찰 등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하는 분야도 임기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튼, 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무원’은 그저 나라가 고용주인 ‘직장인’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그것 자체가 (나라가 내 고용주가 되는 것)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당신이 직업과, 직장을 구분해서 생각하기를 바란다. 예를들자면 간호사로 임기제 공무원을 시작했다면, 그 사람의 직업은 ‘간호사’다. 단지 월급을 나라에서 받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인 것이고. 간호사 = 직업, 공무원 = 직장에 개념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직업 =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을 다닌다고 하면 다들 ‘우와~!’ 하지만, 그 사람이 유명한 대기업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취직을 할 때도 ‘회사’를 정한 후에, 그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진학할 때도,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학교’를 선택하고, 점수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흥미도, 적성도 맞지 않는 것을 꾸역꾸역 배우곤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공무원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런 직장에 관한 개념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형태의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삶의 만족도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화물 운전’과 ‘택시 운전’은 자동차를 조작하고, 목적지까지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화물운전은 새벽 운전 및 홀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택시 운전의 경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피곤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한 완전히 같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어디서 일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노무사의 경우 정말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기업에 소속되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합법적인 범위에서 근로자들을 어떻게 쥐어짜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노무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무원이라는, 공공기관이라는 직장은 ‘공공선’ 혹은 ‘공공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곳이다. 누군가 특정한 사람의 이익보다는 우리나라 전체가 다 같이 잘 살게 하는 것. 더디지만, 전체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곳. 그런 사명감과 가치관이 없다면, 당신은 아마 공무원 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일종의 기획 및 컨설팅과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의 이익보다는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기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그런 일종의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공조직 내부에서부터 조금씩 바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공무원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당신은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임기제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기에, 전문분야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이 즐길 수 있으며,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 일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보자.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가치를 두는 것과 일치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고민이 없이 그저 “공무원”이라는 직장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들어왔다가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늘공사이의 어공'으로서 그저 월급날을 기다리며 버텨내는 것이 목적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이 그냥 “어쩌다 공무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공무원을 선택하는 '어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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