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효원 Jan 14. 2022

왜 잊고만 살았던 걸까?

        


“누나는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 거야?”

“난 안 살아”

“그럼 죽어야겠네?”

대화를 옆에서 듣고만 있자니 기가 찬다.

잠들기 전 별소리를 다하는 아이들.


나도 어릴 땐 괜스레 생각했었다.

항상 옆에서 잠자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았다.

할머니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잠든 할머니 옆에서 눈물을 훔치다 잠들곤 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나 없이는 못 산다는 아이들 옆에 누워있다.


어릴 적 나처럼 쓸데없는 걱정 중인 아이들

조잘조잘 떠들다.

어느 순간 까무룩 잠든 아이들

제발 좀 자라고 늦었다고 해도 듣는 시늉도 안 하다.

어느 순간 고요함이 아이들이 꿈나라로 떠났다는 신호다.


어쩜 저렇게 순식간에 잠이 드는지 신기하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은 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나도 어렸을 때는 이 아이들처럼 근심 걱정 없이

잠자리에서 조잘거리다 잠이 들었겠지?

세상 무서울 것도 걱정할 것도 없는 나이.


잠든 아이들의 이불을 덮어주며

‘난 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 생각한다.

내 결핍이 아이들에게는 없기를 바랐다.

 난 양육에 관한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다.


난 사랑받은 경험이 없으니

 스스로 공부해서 내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겠어. 다짐했었다.


 청소년기부터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항상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


아빠는 술을 드시면

항상 베스트원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셨다.

 

술 취한 아빠를 반기고

정신없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자면

그 옆에 누워 어느새 잠들어 계셨다.


어릴 적 아빠의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도 흠칫 놀랐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기억나는 아빠 품이 있다.


내가 안방에서 잠들면

아빠가 나를 번쩍 안아 들고 할머니 방으로 옮겨 눕혀주셨다.

이미 잠은 살짝 깨서 실눈은 뜨지만 자는 척했었다.


날 안아서 옮겨주던 아빠 품이 좋아서였을까?

평상시 무서운 아빠가 아니라서 였을까?


지금 생각하니 술에 취해 사 오신 아이스크림 한통.

잠든 딸을 안아 옮겨주던 것도

다 아빠의 사랑이었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

사랑받았던 순간들과 추억들

 내가 받은 게 없는 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 거였다.


언제부턴가 내 기억 속에 엄마는

자식을 버리고 매정하게 떠난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릴 적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항상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셨다.


설탕 뿌린 달콤한 고구마튀김을

한 바구니 만들어 주셨고,

 몸에 나쁘다며 햄은 안 먹이고

고기로 완자를 만들어 주셨다.

 자식들을 모아 놓고 장기자랑을 시키고

손뼉 치며 웃는 엄마 모습도 기억이 난다.     


왜 잊고 살았을까?


부모에게 받은 것이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 사랑들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내가 필요했던 순간에

없었던 부모를 원망하기 바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었음을 기억한다.

한없이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니었을까?

왜 잊고만 살았던 걸까...



작가의 이전글 아래층 할머니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