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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Jan 18. 2022

아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나 할 게 없어" 아이의 언어 

종일 유튜브 게임 방송을 보거나 

닌텐도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이 돼버린 방학 기간.

아이는 TV를 다 보고 나니 일을 하는 

내 옆에 앉아서 이야기했다.


“엄마 나 할 게 없어”

“응? 할 게 없다니? 가서 놀아”

“나 할 게 없는데 어쩌라고….”     


오늘까지 작성해서 보내야 할 서류가 있어.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징징대는 아이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할 게 없는 게 어딨어! 너는 유튜브랑 게임만 다하면 할 게 없다고 하는 거야?

또 게임하고 싶은 거지!”

“아니 그게 아니고 정말 할 게 없다고….”


아이는 결국 울기 시작했다.     


“정말 할 게 없다고 그런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방에 가서 놀아! 장난감도 있고 그림을 그리든지 책을 읽든지.”     

“진짜 할 게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자꾸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아이와 우는 소리에 점점 인내심에 한계가 오려고 했다.

나는 지금 서류 작성을 해야 하고 끝나면 바로 저녁밥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는 아빠에게 한소리를 듣고 나서야 눈물을 겨우 멈췄다.     

의기소침해져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엄마 언제 끝나?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이거만 작성하면 되는데 이제 끝나 곧 끝나.”     

"얼마나 기다려야 돼?"


아이가 며칠 전에 들고 온 종이 한 장과 연필


“엄마. 이제 내가 여기에 부른 대로 적어.”

“뭘 적어?”

“6시간 놀아주기”

“응? 6시간이면 엄청 긴 거야.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

“응 엄마가 핸드폰만 보고 컴퓨터만 보잖아”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하루에 30분 신나게 놀아주기”

“그럼 한 시간 일하고 한번 놀아주고 자기 전에 공놀이 같이 해 줘.”

“그래 알겠어. 엄마가 적어 놓을게”

시간 개념도 정확하지 않는 아이가 6시간을 놀아달라며

종이까지 들고 와 적으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아이는 함께 놀고 싶었다. 

별거 아닌 손 놀이도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7살 아이를 난 잊고 있었다.     

 

‘이제 엄마랑 놀고 싶은데 일하니까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아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그저 짜증 내며 말하는 아이의 말투에만 신경 쓰느라 

아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무시해 버렸다.     

그저 엄마 곧 끝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아빠에게 운다며 혼난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기만 했다.          


엄마를 항상 배려하는 7살 아이의 언어를 기억해야겠다.

'할 게 없는데'라는 말에 진짜 뜻

아이가 보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귀찮아했던 나를 반성해본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내 아이의 언어학 

이제 또 하나 배웠으니 

무슨 말을 해도 찰떡 같이 알아먹는 부모가 될 때까지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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