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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효원 Jan 27. 2022

순식간이었다.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순식간이었다. 

아이가 쓰러져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달려 다니며 

장난치던 아이가 누워 있었다.

쿵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고 난 후 상황이었다. 


달려가 아이에 머리를 손으로 받치자

축축한 뭔가가 손바닥에 만져졌다. 

순간 이 상황이 위급 상황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 안으로 자꾸만 삼켜지는 소리에 

숨을 못 쉬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천사같이 자고 있는 듯한 아이의 표정.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경찰관은 이상한 동의서만 자꾸 작성하라며 

시간을 늘리고 나는 가슴이 메어질 듯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식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119 구급대원이 한 명이 오더니 

가망 없다는 말을 했다. 


숨이 안 쉬어지고 심장은 조여 오고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온몸이 저릿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이 번쩍 뜨여졌다.

 온몸이 마비라도 온 듯 

꼼짝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 꿈이었구나.' 

진짜가 아니었다. 

조금 전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현실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다행이었지만


 꿈속에서 느낀 자식을 잃은 느낌은 

깨어난 후에도 손끝까지 

저릿저릿한 감각으로 남아있었다. 


옆에 누워 있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안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살아있구나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살아있는 것 만으로 고마워”

자고 있는 아이들을 차례대로 꼭 안아보며 

이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안도했다.

 

내가 아이에게 바랬던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존재만으로도 기쁨이다.


내가 낳은 자식을 잃은 다는 것은 

가장 끔찍한 형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언니를 잃고 이야기했었다, 

“자식 하나를 잃고 나니 

너희들이 살아있다는 것도 고맙고

 남은 자식들이 더 애틋해지더라”

 

나는 엄마를 의심했었다. 

정말 그렇게 느꼈을까? 


엄마가 자식을 잃기 전에 했던 

행동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언니가 떠나기 전 

엄마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것을 보며 

결국 죽음 앞에서는 

미움도 원망도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식을 잃은 엄마가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온몸이 계속 저릴 만큼

그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현실에서 직접 경험했으니..

엄마가 했던 말이 

새삼 정말 진심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참담한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부터 나온다.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내가 의심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깨닫는다.

미워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나도 그랬었다.

그럼에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한 번씩 잊곤 한다.


오늘 내 꿈이 다시 나에게 일깨워줬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을

존재 자체에 대한 기쁨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라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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