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언제나 과속 중!

세월에 과속 과태료 딱지 붙여주세요

by 리앤

“어머, 어머, 어머, 어떻게 해~”

동료와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후배가 내 옆통수를 보며 요란을 떤다.

“어쩌면 좋아~ 흰머리가 언제 이렇게 많아지셨어요?”

지난해부터인가? 갑자기 흰 머리카락이 부쩍 눈에 띄더니 이젠 감출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다.

어찌나 금세 늘어나는지 당사자인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다.

검은콩과 김을 먹으면 흰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고 하기에 끼니마다 열심히 먹었건만 그 정성과 효능은

두피까지 미치지 못했나 보다.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으면 가관이다.

묶인 머리 사이사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짧고 가는 흰머리가 하늘로 치솟는다.

끈적끈적한 제품을 발라서 싹싹 빗어 넘기면 좀 나은 듯한데, 스타일은 딱 동백기름 바른 조선시대 여인네다.

나보다 나이가 네 살 많은 선배가 까맣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쓸어 넘기며

“벌써 흰머리가 나? 난 아직도 없는데…….” 한다.


어느새 날 둘러싼 후배들이 뽑아준 흰 머리카락들이 무수하게 내 손에 들려 반짝이고 있었다. “어머, 얘~ 그러다가 대머리 되겠다~” 선배의 마지막 결정타를 듣고서야 원숭이들이 이 잡아주는 광경과 비슷했던 좀 전의 상황이 종료됐다.


며칠 후, 흑발을 자랑하던 선배가 맥없이 한숨만 쉬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노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 너무 깜짝 놀란 거 있지? 다음번에 안경점 가면 돋보기 쓰라고 할까 봐 무서워서 못 갈 것 같아.”

선배 책상 위에는 ‘노안’을 극복해 주는 새 안경이 놓여 있었지만 아직도 예전 안경을 쓰고 있다.


나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간편한 염색약들을 아직도 외면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세월을 느끼는 속도가 20대 때는 시속 20km, 30대 때는 30km, 40대 때는 40km라고.

20대 때는 더 빨리 달리고 싶었는데도 속도가 안 나서 답답해했던 것 같기도 한데,

속도계가 40km 가까이 가 있는 이제는 마구 내달리는 세월의 속도감이 실감 난다.

내 마음대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기어도, 브레이크도 없다고 생각하니 그 속도가 아찔하기까지 하다.


내 나이 때 거울을 보며 엄마가 쉬던 한숨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커다란 파도타기를 하듯이 세월의 속도를 온몸으로 누리면서 태풍을 피해,

열심히 사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란 걸 잘 알지만,

이 인정사정없는 무심한 세월을 향한 내 '투정과 저항'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세월 속도는 과속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생 안전운전을 위해서 세월 속도를 조금씩만 늦출 방법은 없을까?

“과속하는 세월 속도, 누가 단속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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