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은 ‘말 투자’ 해볼까요?

말로 '복리 이자' 받기

by 리앤

“아니고요, 그게 아니고요…네… 네… 아니, 아니고요...”

쩔쩔매며 전화받고 있는 김 팀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오늘도 김 팀장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화난 목소리로부터 줄행랑치듯 수화기를 냅다 내려놓았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상황이 마무리될 때도 있지만 상대방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김 팀장이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경직된 김 팀장의 얼굴을 보다 못해 옆자리 동료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


이런 상황들은 생각보다 자주 생겼다.

‘도대체 왜 김 팀장에게만 이런 곤란한 전화가 많이 오는 걸까?’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두고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 팀장이 받으면 단순한 ‘문의 전화’도 ‘악성 민원 전화’가 돼 버렸다.

김 팀장 특유의 말 센스와 목소리 때문이었다.


힘없이 말끝을 흐리는 김 팀장의 목소리는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다.

단지 목소리가 작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가 쫀득하고 든든한 우리나라 쌀이라면 김 팀장의 목소리는 가볍고 잘 흩어지는 특징을 가진 베트남 쌀 같다고나 할까.

또, 똑같은 의미를 전달할 때도 김 팀장은 굳이 부정적 어휘들을 선택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단어들이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기운과 파장’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람 목소리가 AI의 목소리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서로의 기운을 나누는 일이다.


기분이 좋고 즐겁고 안정된 마음이 가득 차 있을 때 우리가 내는 '목소리는 남이 들어도 편안한 목소리'라고 한다.

반대로 나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내뱉는 목소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거쳐 결국 내 마음으로 반드시 되돌아오는 파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기주 작가는 그의 책에서 ‘말의 귀소본능’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의 마음에는 무거운 한숨이 가라앉아 있다.

누구라도 지금 톡 건드리기만 해도 화가 툭 터져 나올 것 같은 아슬아슬한 호흡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버티고 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등 이런저런 색깔로 이름을 붙여 갖다 대도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상처투성이 감정 덩어리는 달걀 껍데기만큼 얇아서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쉽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를 따뜻하게 안아 줄 수도, 무참히 깨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가는 ‘망치 같은 말’을 어떻게 단속할 수 있을까?

아주 쉽고 유쾌한 해답이 있다.

‘말의 귀소본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남에게 하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힘내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부자 되세요!, 건강하세요!” 등 진심의 기운을 담아 전하는 말은 곧 나의 기운을 북돋는 말이다.

이 말들은 내가 힘이 나고, 내가 좋은 하루 보내고, 내가 부자 되길 바라는 ‘기운’이 가득 담긴 채로 여러 사람을 거쳐 다시 내게 돌아올 말이다.

내가 주인인 ‘내 말’이자 ‘나의 기운’이 복리 이자를 달고 다시 내게 오는 것이다.


이 순간이 무지막지하게 힘들어도 “힘들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당신, 힘내세요! 모든 것이 결국은 잘 될 겁니다!”라고 누군가에게 ‘말 투자’를 하며 견뎌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은 훗날 큰 이자를 달고 내게 돌아올
수익률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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