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노는 육아 : 7세 때의 일기
파란 하늘이 빨아 널은 것처럼 깨끗하고 청명한 날엔
어김없이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알록달록 예쁜 꽃들까지 잔뜩 피어있는 계절이라면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요즘 같은 때엔 미세먼지가 없으면 100% 나들이 각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 혼자 커피숍이라도 가고 싶지만..ㅎㅎ 아이가 어릴수록
흐트러진 정신을 주섬주섬 주워 담고 온 가족이 함께 계절을 즐기러 나가야 한다.
오늘은 자연 속에서 제대로 놀아볼까?
봄마다 가을마다 바람 쐬러 가는 곳은 최근에 수목원도 개원한 일월 호수공원이다.
집에서 가까운 편이고 한 바퀴 도는 동선이 적절해서 자주 산책하러 나가는 곳이다.
원래는 어린이도서관을 끼고 있어서 평일에도 왕왕 찾는 장소였다. 그 옆으로 물놀이터도 있고 특이한 그네도 있어서 아이들이 참 많았던 곳이었다.
호수도 보고 놀이도 하고 책도 보려면 한 곳에서 시간 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집에서 준비해 갔던 것이 있다!
준비물 : 재활용 박스, 박스테이프
집에서 나가기 전에 택배 받은 상자 중에서 제법 큰 놈으로 골라 덕지덕지 붙어있는 테이프를 다 떼어내고 납작하게 옆으로 눌렀다.
재활용 A4용지 한 장을 박스 위에 내려놓고 펜으로 선을 그은 후 그 모양에 맞게 잘라냈다. 이때 밑에 손거울처럼 작은 손잡이 모양으로 잘라주는 게 좋다.
테두리에 사인펜으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린 후 그 뒷면에 투명 박스테이프를 길쭉하게 연이어 붙여주면 꽃받침 준비 끝!!!
설명보다 더 간단하니 제대로 된 바깥 놀이를 위해 집에서 간단하게 준비해 가면 좋을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달리는 건 본능인가 보다.
차를 타고 오면서 이미 미션을 부여해 놨기 때문에 아이의 발길은 바쁘다.
미션은 기폭제 같은 것!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면 그냥 하는 것보다 몰입도는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색깔과 모양은 다 달라야 하고 꽃을 꺾는 건 안 되며 자연스럽게 떨진 식물이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꼭 너 닮은 꽃을 하나 넣어야 한다!"는 서정적인 미션도 포함하면 더욱 좋다!
개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여자아이들은 예쁜 것에 열중하고 남자아이들은 다른 것에 열중한다.
누가 더 많이 누가 더 빨리 와 같은 미션은 피하는 게 좋다. 형제, 자매라면 더더욱!
예쁜 것은 주관적인 것으로 이건 이래서 예쁘고 저건 저래서 예쁘다고 하며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다른 것은 특별해짐으로 이건 이래서 특별하고 저건 저래서 특별하다고 이야기 나누기 좋다.
다 모은 꽃받침 위를 투명 박스 테이프로 덧붙여주면 완성인데... 이미 꽃받침 만들 칸은 다 채웠는데 그만할 생각을 안 한다.
마지막 시간쯤엔 내 시간을 살포시 얹어볼까 하는 야망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른 것 같다.
처음부터 커피숍이나 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