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있는 기쁨
이번에 5학년이 아들 그리고 신랑과 함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러 다녀왔다.
우리는 통신사멤버십을 통해서 거의 매달 영화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이 없는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 오는 편이다. 비가 오는 요즘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번 영화는 아이가 추천해서 보러 가게 되었는데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인사이드아웃 'N회차 관람 이벤트'라는 광고가 나오더라! 이 영화는 n회차까지 보는 사람들이 있는 가보네? 정말 인기 있는 영화인가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설레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 그것보다 재미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면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내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건드려지더라.
너 이 녀석.. 굉장한 영화였구나?
한참 집중해서 관람하는 중간에 아들이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기쁨이가 본부 밖으로 퇴장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중이었다.
엄마 나는 사춘기가 오면
기쁨이 대신 불안이를 보내버리고 싶어
나는 그 또한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은, 하지만 곧 사춘기를 맞이할 것 같은 아이의 불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잡아 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불안이가 남으면
남는 대로 받아들이면 돼
이 상황을 통해
기쁨이는 기쁨이대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고
불안이는 스스로를
다룰 줄 아는 시간을 가지게 될 거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 사춘기!
이 시기를 통해서 불안함과 예민함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아파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불안을 다룰 줄 알게 되고 까칠함을 보듬을 줄 알게 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히려 적당한 때에 불안을 겪어보지 못하고 다뤄보지 못하면 성인 되어서도 불안에 휩싸여 스스로를 힘들게 할지도..
인생에 적당한 때에 겪어보고 실패해 보는 허락된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불안하고 예민하고 아파보거라 아빠 엄마가 옆에 있을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사이드아웃 2는 이 명대사 하나로 정리된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결정할 수 없어!
아들아 불안 이만 남게 될까 봐 걱정하지 마라.
남은 불안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지 정하는 건 네 몫이란다. 그리고 우린 네가 그걸 잘 해낼꺼 란걸 너무나도 확실히 믿는단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기쁨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슬픔을 통해 기쁨을 불안을 통해 기쁨을 키워나가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기쁨 이를 탄생시키는 시간이야!
그렇게 너무 나고 많은 배움을 가지고 영화가 끝났다. 왠지 모르게 서로 더 사랑하는 마음이 뿜뿜 생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인사이드아웃 1을 검색해 봤다.
인사이드아웃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인지 우리 부부는 왜 이제 알았지?ㅎㅎ
알고 보니 인사이드아웃 1은 2015년에 개봉한 영화였다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 우리는 아이가 2살 쯔음이라 육아하기에 정신없었다. 둘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
그런데 이렇게 커서 애니고 액션이고 할 거 없이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는 시간이 오다니...
그러면서 그때 우리가 놓쳤던 아마도 라일리의 어린시절을 그렸을 인사이드아웃 1도 너무 보고 싶어 졌다.
메가박스에서 인사이드아웃 2를 관람하고 오니 디즈니플러스를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무료로 제공해 주더라. 야무지게 쿠폰으로 인사이드아웃1까지 정주행 했다.
뒤늦게라도 가치 있는 영화를 알게 되어 감사했다. 혹시 아직까지 이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분이 계신다면 특히 사춘기를 앞두고 있거나 지나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한번 함께 관람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