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어디에 가는 게 좋을까?
무얼 하고 보내야 할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모두 해봤을 반복되는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이 고민이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굉장하고 엄청난 곳을 가야지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날을 보낼' 부모의 준비된 마음과 태도다.
그중에서도 방학이 다가오면 무언가 특별한 놀거리가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아이랑 여행을 가려고 하는 주변 지인들이 간혹 나에게 묻는 말이다.
거기 다녀온 거 재밌었어?
지금 가면 아이가 기억에 남을까?
그중에서도 해외여행에 대한 고민이 종종 있는데 비교적 아이랑 여행을 잘 다니는 편인 우리 집의 생각을 묻는 거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해외여행은 아직 두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매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집도 있을 것이고
상황이 될 때 가끔 갈 수 있는 집도 있을 것이고
아직은 가보지 못한 집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고민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우처럼 상황이 될 때 가는 경우 일 테고,
여행의 비용이나 시간을 아이가 기억할 수 있을지 지금 가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가 궁금한 것 같다.
우리 가족은 3살 때 한번 7살 때 한번 다녀왔다!
지금 아이의 나이는 12살이다. 하지만 아이가 그때의 여행을 기억할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해외에 관련된 뉴스를 보거나 그때의 사진을 보면 아이는 거기가 어디였는지에 대한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가 기억하는 건 마음으로 남는 행복감이다.
"엄마, 여기 해먹 위에서 진짜 편안했는데!" 또는 "이게 제일 맛있었지!" 날씨가 쨍쨍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지 등등!
아이가 기억하는 건
어마어마한 별거 아닌 것들
해외든지 국내든지 아이와 여행하는 이유는 금액적인 가치에서 따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이가 그날의 그곳을 기억한다기보다 그날의 우리를 마음에 남기는 것 같다.
그날의 분위기, 냄새, 그때의 감정과 기분 그것이 바로 아이의 여행이 된다.
우리는 항상 할 수 있는 만큼만 되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달은 그에 맞게 계획을 짜고 몸이 쌩쌩한 날은 평소보다 더 움직이고 놀며 그게 아니면 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될 때는 즐거워진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의 금액이 비싸더라도 우리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다녀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빈곤한 달이 대부분이지만 ㅎㅎ
상황이 안될 때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그에 맞는 돈 안 드는 놀거리를 찾는다.
원래 인생이라는 건 이런 시간 저런 시간이 있는 법이니까,
각각의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만큼을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아이도 그걸 보고 배우는 것 같다.
아이에게도 아이 스스로의 행복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빠 엄마의 행복이 곧 아이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너무 애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행복을 찾을 때 마음이 편안하다.
우리 모두 되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자!
친한 친구에게 추천받아 뜻깊게 읽으며 마음의 쉼을 얻었던 책이 있다.
두께도 얇아 술술 읽히는 바람에 두 번이나 읽었다.
책의 제목은
엄지혜 작가님의
'태도의 말들'
책을 추천받을 당시 아이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이사를 한 상황이었다.
아이도 친한 친구들을 떠나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전학을 했기 때문에 내 마음이 퍽 좋지 않았다.
부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에는 애쓰는 마음이 잔뜩 들어갔다.
하지만 내 마음의 긴장이 풀어져야 아이도 굳건해질걸 알고 있었기에 이내 마음의 힘을 뺐다.
이 또한 되는 만큼만 애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최선을 다했다.
나머지는 아이가 헤쳐나갈 몫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단단함을 가질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아이가 이내 잘 해낼 거라고 믿었다.
이 책은 육아에 관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육아를 해나감에 있어 내 마음을 잘 붙잡아준 책이라 추천해 본다.
내가 비교적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서 그런지
별게 없어도 재밌게 사는 것 같다며 남자아이 셋인 엄마가 내게 말했다.
물론 시간이 되면 되도록 움직이려고 하고 새로운 경험이라면 꼭 한 번은 도전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단한 곳을 많이 가는 건 아니다.
가도 좋지만 꼭 어딜 가지 않아도 별거 아닌 것 속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편인 것 같다.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끝나는 시간을 맞춰 일찍 퇴근한 남편이 같이 들어온다고 했다.
들어올 때쯤 시간을 맞춰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라면들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에 라면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이 길이 특별한 길이 될걸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신이 나 있었다.
한 칸마다 라면의 종류를 다르게 한 뒤 미션을 성공하면 라면을 획득하는 게임을 준비해 놨다.
아니 준비는 거창하고.... ㅎ 깔아 놨다 ㅎㅎ
가지고 있는 라면으로 길을 만드는 시간은 단 3분이었다.
말장난이라도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라면여행을 떠나려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문 앞에서 길을 막았다!
이럴 때가 우리 가족의 케미가 맞는 순간이다!
문 앞에서 그걸 더 재미있게 리액션해 주는 남편이 고맙고 라면여행이랍시고 고작 라면 몇 개 던져놓은 엄마의 형편없는 게임을 진지하게 클리어해 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겼다.
진짜 별거 없다!
우리 주변에서 결국 라면도 책도 수건도 언제든 여행으로 변할 수 있다.
별거 아닌 것들도 특별하게 만들어버리는 부모의 마음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행복을 전달한다.
육아를 해가는 길은 아이의 인생으로 이어진다.
아이의 인생이 어려워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육아의 하루도 너무 힘주지 말자.
아이와 긴 여행 편하고 행복하게 되는 만큼 즐기길 바란다!
부모의 진심이 담긴다면 그 행복한 마음이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