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제주도, 그것은 숫자의 섬이었다

야 7777이다!!!!

by 비읍비읍

이제 남은 숫자는 7777과 8888뿐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는 정말 난관에 부딪혔다. 두 숫자는 꼭 한자리 숫자로 몰려있는게 아니더라도

길-한 숫자로 칭송받고 있는 친구들인데 내가 과연 찾을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아무리 눈을 뜨고 돌아다녀봐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마음을 한껏 내려놓고 지내고 있었다.


2024년 6월 중순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골프 여행을 갔다. 모처럼의 휴식인지라, 3박4일 내내 골프와 술을 번갈아 즐기며 떠들썩하게 지냈다. 누가 몇 타를 쳤는지보다, 저녁에 어떤 안주와 술을 마실지가 더 중요한 여행이었다. 그만큼 긴장이 풀려 있었다.


사건은 여행 셋째 날, 골프가 없는 유일한 날에 벌어졌다. 우리는 골프를 치지 않는 대신 한라산 영실코스를 등반한 이후 김녕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하루에 등산도하고 바다수영도 하는 강행군 일정이라 숙소로 돌아오는 시점에는 굉장히 피곤했다. 피곤에 절여져 운전하고 있었지만 내가 강아지들마냥 킁킁거리면서 도로위의 차 번호판을 힐끗거리고 있자,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너 그 번호판 수집하고 있냐?”
“그럼. 6개까지는 모았지.”
“이제 뭐 남았냐?”
“7777, 8888. 이 두 개만 더 있으면 끝이야.”

“와 그건 진짜 힘들겠다.”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웃고 있던 찰나—
나는 앞차의 번호판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29일 오후 04_24_19.png


7777.

잠시 정적.


눈을 의심했다.
다시 봤다.
다시, 또 다시.


7777.
분명했다.

소름이 돋았다.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눈앞에 등장한 이 숫자. 이건 우연이라기엔 너무 연출된 순간에 가까웠다.


“야야야야야!! 저거 봐봐!! 7777!!”
“뭐? 설마 진짜야?”
“진짜야!! 봐봐!! 지금 앞차!!!”


차 안은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친구들도 벌떡 일어나듯 고개를 들이밀었고, 나는 운전대를 잡은 채로 흥분을 억누르며 번호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제주도에서 처음 본 로얄넘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차를 바짝 붙여 핸드폰을 꺼내 셔터를 눌렀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 중 가장 떨리는 손으로.

찰칵.


‘이게 진짜 될 일인가?’
말을 꺼내자마자 현실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그건 거의 운명 같았다. 무언가가,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었던 기분.


“그래, 고생했으니까 하나 주자.”
이런 식의 농담이 진짜 같았다.

그날 밤, 숙소에서 우리는 술을 마시며 7777의 발견을 마치 로또 맞은 사람처럼 축하했다.


“너 진짜 이상한 기운이 있긴 한가 보다.”
“이제 8888만 남았네?”
“야, 제주도에서 마무리해야 되는 거 아냐?”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 제주도에서 끝나면 참 좋겠다.’

이 섬이 내 수집의 종착지가 되면, 정말 완벽한 서사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이 낯설고 조용한 공간에서는 서울보다 더 신기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그리고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7777은 내게 숫자 그 자체보다도, 서사적 균형의 완성이었다. 제주도에서 7777을 만나다니. 이건 그냥 우연이라 넘기기엔 너무 매끄럽지 않은가?


나는 그날 밤,
진짜 미친 인간처럼 혼자 웃었다.
“이제… 한 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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