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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Feb 16. 2021

고등 편입으로 살아남기

나의 학교, 대안학교에 대하여(3)

나는 고등 편입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편입생이라는 건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학교는 중등과정과 고등과정이 모두 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해서 고등과정까지 진학하는 시스템이었다. 한 학년에 대략 50명 정도 있다면,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그중에 10명 정도 나가고 그 자리를 편입생이 채우게 된다.


내가 선발 캠프 때 선생님들로부터 계속해서 들었던 말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등과정부터 함께하기 때문에 고등 편입 친구들은 특히 적응하기 어려워해요. 견딜 수 있겠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학교에 입학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생각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모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다. 내가 그거 하나쯤 견디지 못할 거면 이 학교에 어떻게 지원했겠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미쳐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입학할 때는 신입생이 나를 포함해서 5명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학년 신입생 수가 다른 학년에 비해서도 적은 편이었다. 수가 적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편입생이라서 그런지 선생님들께서 특히 더 챙겨주셨다.


내가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졸업한 지금까지도 가장 감사한 부분은 바로 선생님이다. 처음 대안학교 진학을 결심한 이유가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대안학교의 핵심은 선생님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가끔 있었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 학생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선생님, 또는 아예 무관심한 선생님. 모든 선생님이 그러셨다는 것은 절대 아니며, 나도 당시에 사춘기였기 때문에 선생님이 하시는 것에 무작정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학생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쏟고 계시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고등학교 1학년, 나의 첫 담임선생님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선생님은 정말 사랑이 넘쳐흐르는 분이었다. 매일 우리 반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기도하신다는 말을 듣고,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정말 감사했다. 그전까지 나에게 선생님이란 '교과목을 가르쳐주시는 분' 단지 그 뜻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학생들과 교감하셨다. 내가 다녔던 학교와 다니는 학교를 자꾸만 비교를 하게 돼서 그런지, 항상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 속으로 크게 놀라고 감동했다. 그러나 정작 학교를 계속 다니던 몇몇의 친구들이 그런 부분 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고 내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나와 다른 신입생 친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서 상담을 하셨다. 학교 생활은 어떤지, 학교 환경에 적응은 했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가까워졌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고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너무 힘들다고.


편입생으로 학교에 완전히 적응하는데 까지 1년 하고도 반년이 더 걸렸다. 선생님들께서 왜 그렇게 우려하고 계속해서 질문하셨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먼저 친구들 무리에 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창 소수로 무리 지어 다닐 나이에 이미 친구들은 무리가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 무리에 늦게 끼어드는 입장이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외로움을 참 많이 느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의 외로움을 직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전까지 익숙한 동네, 사람들 안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렇게 철저히 혼자 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이 악 물고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고등학교 3년 과정은 나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혼자 서는 방법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든든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선택에 따라 길을 만들어 나갔다. 분명 그 과정은 나에게 광야같이 길고도 외로운 길이었다. 당시에는 매일 울고, 낯선 환경에서 눈치도 보고, 풀이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서 나는 '나'로 세워졌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무언가 엄청난 것을 해내면 물론 좋지만, 말 그대로

존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과정이든 중간에 포기해버린다면 성장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악물고 버티면 어러운 시간들은 지나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한층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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