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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멈추려 했다

by 브라카 Braka

며칠 전에 우연찮게 초등학교 시절에 사용했던 SNS에 접속했다.


오래 계정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전에 올려두었던 글을 모두 비공계로 돌렸지만, 계정의 주인인 나에게는 삭제하지 않고 두었던 글이 몇 개 보였다. 벌써 5~6년이 지난 게시물이다 보니 글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친구 생일 축하해주는 글, 생일 축하받았던 글, 또는 내가 관심 있었던 게시물을 공유했던 글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오랜만에 예전 글을 보니, 내가 전에 썼던 말투가 새삼 유치하게 느껴져서 낯간지러웠다. 다른 친구들이 나처럼 우연히 들어왔더라도 내 글을 보지 못하게 비공계로 돌려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게시물도 보고, 친구 맺어져 있는 친구들의 계정은 어떤가 기웃거리다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지금 브런치에 올리고 있는 글들이 혹시 미래의 나에게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게 되진 않을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글은 고치고 또 고쳐도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보면 고칠 부분이 또 보인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내 글을 누군가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읽을 수 있는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 순간 정말 괜찮은 걸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가끔 올렸던 인스타의 글보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이 내 마음속 조금 더 깊이 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더 고민이 되었다. 그리곤 계속해서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이 있었다. 한 달 동안 매일매일 글을 쓰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2주쯤 지나가면서 깨버리고 말았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문득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없던 생각과 마음을 짜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상황은 '글을 쓴다'는 표현보다 '글을 토해냈다'는 표현이 적절했던 것 같다. 계속 글을 적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첫 게시물을 보니,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게 약 한 달 반 정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내 글을 재미있게 읽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당시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다름 아닌 뭉클함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했던 이유가 누군가에게 '내 글을 읽어주세요'는 아니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동시에 내 글을 읽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내가 글을 계속 쓰는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첫 감정에 대해서 되돌아보았다.


"고삼이 된 저에게 글쓰기는 매우 특별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란 단순히 글자를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자를 한 자 한 자 종이에 적을 때면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던 생각들을 현실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구체화하다 보니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하고 싶었던 말도 더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제가 하는 생각이 곧 제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내가 고3, 3분 스피치 때 강당에서 발표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 스피치를 준비하며 깨달았다. 나에게 글쓰기란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나를 알아가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조차 잊어버린 채, 그저 분량을 채우는 데에 급급 했던 것 같다.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 사시는 분, 외국에 사시는 분, 현직 직장인, 퇴직하신 분 등등, 그분들의 글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과 앞으로 경험할 것 모두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이 성장을 하는 데에는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나에게 브런치는 새로운 '만남의 장' 같이 느껴졌다. 덕분에 내 글로 나를 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배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글 쓰는 것을 그만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만두려고 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더 열심히 고민하고 적어 내려갈 것이다. 내 글을 열심히 적는 만큼, 또 책과 다른 분들의 글도 열심히 읽을 것이다. 내가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배우는 것처럼, 훗날 나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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