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인스타그램에 푹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만난 지 오래된 내 친구들이 무얼 하고 지내는지, 오늘 뭘 먹었는지 어딜 갔는지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떨 때는 평범하고 반복적인 내 삶보다 인스타그램 속의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사진을 보는 게 내가 하지 못하는 경험을 그들이 대신해주는 것 같아 덩달아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삶과 내 삶이 비교되기 시작했다.
나도 예쁘게 꾸미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거 좋아하는데 왜 나는 집에만 있는 거지? 왜 나는 스무 살에 이렇게 아무 곳도 못 가고 집에서 쌩얼로 잠옷 입고 있어야 하는 거지?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왜 나 혼자 깨서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거지?
분명 나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들이 매일 있으면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내가 지금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불평하고 부러워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자기 전 내방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을 따라 웃다가 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껐다. 소파 바로 앞에 있는 화장대 거울을 통해 비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핸드폰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지웠다. 더는 남의 행복을 내 행복인 마냥 착각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너무 사소해서 내가 유튜브를 보느라 잊었던 내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한 번이라도 더 진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아이패드에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그 앱을 사용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인스타를 지우고 지낸 내 며칠을 돌아보자면 먼저, 내가 좋아하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어제는 자기 전에 유튜브 대신 전에 읽던 판타지 소설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챕터를 읽을 땐 책 내용에 감동해서 눈물도 조금 났다. 또 그림과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겼다. 일상 중간 중간에 생기는 공백을 원래는 인스타그램과 짧은 동영상이 채워줬다면, 이제는 내 머릿속 상상들이 그 시간을 차지했다.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아지고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는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래, 아니면 진짜 네가 행복한 삶을 살래?"
그때 당시에는 내가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기에 머뭇거렸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저는 제 행복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삶을 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