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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Apr 30. 2021

당신에게도 진정으로 그리워할 만한 스승이 있는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당신에게도 진정으로 그리워할 만한 스승이 있는가?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하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나는 이번 학기에 학교에서 두 가지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듣기· 말하기 수업과 읽기· 쓰기 수업이다.


두 수업의 교수님들은 각각 다르지만, 두 분 다 지난 학기에 내가 영어수업을 들었던 교수님들이라 익숙했다. 미국 대학에서 듣는 영어 수업은 뭔가 다를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 공부방법은 어디를 가도 똑같은 것 같다. 영어로 된 기사나 책을 읽고 글쓰기, 테드 톡 영상 보고 퀴즈 풀기, 팀원들과 영어로 토론하기 등 고등학교에서 듣던 영어수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 작년과 비교해서 영어 실력이 한층 성장한 나를 보며 기본만 꾸준히 해도 실력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낀 때는 바로 영어 소설을 읽을 때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로 된 책을 읽을 때면 한창 잘 읽다가도 문맥을 놓쳐서 헤매었다. 그래서 종종 엄마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해석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상하게도 책을 읽는 동안 물론 모르는 단어는 있더라도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이었다. 글씨가 이해가 되니 그제야 책의 제목과 내용에 눈이 갔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자주 눈에 밟혔던 제목이었던 것 같긴 한데, 한 번도 읽으려고 시도해 보지 않았던 책이었다. 책 읽는 것을 꽤 즐긴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자주 손이 가는 쪽은 스릴 있고 읽을수록 빠져드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영 끌리지 않았지만, 영어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셨기에 어쩌면 반강제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는지, 읽어 보지도 않고 지루할 것이라고 지래 짐작했던 나 자신이 후회되었다. 책은 이 책의 저자인 '미치'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그가 코치라고 부르는 그의 옛 교수님 '모리'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리며 내용이 전계 된다. 모리와 미치는 미치가 대학생이었을 때 수업이 없어도 매주 화요일이면 만나 함께 겸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그렇게 가까웠던 교수님 모리가 루게릭 병에 걸려서 자신이 가장 아까는 제자, 미치에게 죽기 전 마지막 강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죽기 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면 내용이 무겁고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와 정반대로 따뜻하고 포근하다. 모리가 미치에게 하는 강의 내용은 어떤 특정한 학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죽음, 두려움, 나이가 든다는 것, 탐욕, 결혼, 가족, 사회, 용서, 의미 있는 삶과 같이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 삶의 선배로서 모리가 미치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조언들은 미치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도 울리게 만들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과 모든 기억이 거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겠지. 자네는 계속 살아있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에 있는 동안에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말이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모리가 미치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과 배품이다. 모리는 먼저 자신의 주변의 것을 사랑하고, 또 나아가 모르는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위해 애통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남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못난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고 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했다. 또 이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행운이며 아는 이상 더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모리가 한 말은 모두 당연하고 올바르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이었다. 나 또한 모리의 말 중에 알고 있던 것도 있고,  처음 깨달은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진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집과 차가 있고 온갖 부와 명예가 있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끝없이 공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해답은 모리가 말한 것처럼 생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그 근본적인 문제를 앞으로 해결하고 살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이런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책에 담겨있는 모리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모리는 내가 책을 읽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이지만,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에게 스승이자 삶의 선배로서의 조언을 남긴 셈이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선생님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내가 지금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것도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이 계셨고, 또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주셨고, 선생님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 배운 적도 많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메인 건물 중 하나에 이런 포스터가 늘 붙어있었다.


집을 팔아서 스승을 사라
 

처음에는 이 문장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너무 이해가 된다. 내가 지금까지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책과 강의 심지어 유튜브 짧은 영상들을 통해서 배웠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의 나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이렇게 계속 좋은 배움을 이어가면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미치는 책을 마치며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에게도 진정으로 그리워할 만한 스승이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면 내 지금까지의 배움이 나름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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