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 대안학교에 대하여(1)
일반 중학교를 다니던 내가 대안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언젠가 한 번쯤은 이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경험했기에 가장 잘 알고, 그렇기에 이 글이 대안학교를 진학하기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중학교까지 일반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 진학하는 루트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집과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이른바 뺑뺑이라고 불리는 무작위 추첨 배정을 통해 가까운 남녀공학에 진학했다. 아침 8시, 조금은 일찍 학교에 등교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교했다. 나는 그때 당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시험마다 만족스러운 점수도 받을 수 없었다. 중간,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반 앞 칠판에 그 반 학생들의 점수가 한 종이에 프린트되어 붙여졌다. 내가 점수를 공개하고 싶던 공개하고 싶지 않던 그건 내 의사와는 상관없었다. 친구들이 왔다 갔다 하며 눈으로 매기는 등수가 단지 내 시험 등수가 아닌, 내 인생 등수 같이 느껴졌다.
평범하디 평범한 딱 중간, 너무 잘하지도 또 너무 못하지도 않아서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런 사람.
그게 나였다.
성적으로 나를 설명할 때와는 다르게 사실 나는 여러 분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수업시간에 손들어 질문하기를 좋아하고, 체육시간에는 특히 농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기에 학교에 공연이 있을 때는 꼭 빠지지 않았다. 엄청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행복해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깊이 몰두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생각했다.
“과연 한국 교육과정이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일까?”
대다수의 한국 학생들이 거쳐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나는 한국의 보편화된 교육과정에 반기를 들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 방법이 나에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만일 아니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고민했다. 단지 공부가 싫어서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처음으로 대안학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직접 대안학교들을 찾아보고 알아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미 부모님께서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나와 오빠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공부하길 원하셨다. 학원도 원하지 않는다면 가지 않아도 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수학과 주요 과목들을 집에서 배웠다. 그 결과 중학교에 가서는 내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안 하는 바람에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대안학교나 다른 공부 방법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면 나는 아마 대안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몇 달 앞두고 열심히 학교를 찾던 중, 아빠께서 한 학교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아빠의 가까운 선교사님께서 추천하셨던 학교인데, 관심 있으면 찾아볼래?"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학교 사이트에 접속하였다.
지금까지 찾아보았던 학교와는 달랐다. 내 마음이 달랐다. 솔직히 처음에는 학교의 규모에 마음이 끌렸다. 보통의 고등학교가 학교 건물 하나에 기숙사, 체육관, 급식실이 있다면, 사진 속 학교는 대학 캠퍼스처럼 건물이 넓은 공간 이곳저곳에 퍼져있었다. 대학교도 아닌 고등학교가 이렇게 크다니. 또한 사이트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눈이 갔다. 강당에 혼자 당당히 서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발표하는 학생의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내가 저 학교에 가면,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을까?
내가 결정적으로 그 학교에 진학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학교 설명회였다. 나는 직전에 이미 다른 대안학교의 설명회를 갔다 왔었는데, 생각보다 내 마음이 뜨뜬 미지근했다. 분명 합격할 점수도 충분히 되고 지원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뭔가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그러나 아빠의 권유로 찾아보았던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딱 생각이 들었다.
"여기구나. 여기가 내가 다니게 될 학교구나."
아직 입학 캠프도 안 했고, 지원서 조차 넣지 않았는데 마음에 이미 확신이 들었다. 왜 그렇게 확신이 들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때 내 마음은 이미 그 학교 학생이 되어있었다.
학교 설명을 들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보다 더 넓은 학교도 좋았고, 학교 중간에 있는 작은 호도 좋았고, 그때가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그쯤이었는데, 낙엽이 얼마 붙어있지 않은 학교 주변 나무들을 보며 분위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집에 돌아와서 다른 학교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학교에만 지원서를 썼다. 만일 학교 지원에 떨어진다면 다른 선택지 없이 일반고를 진학해야 했지만, 내 마음은 무조건 이 학교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1차 서류 전영에 합격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선발 캠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