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직인데 왜 사람에겐 서툴렀을까
승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사회인이 되었다는 것이 낯설기만 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이 일을 잘하고 싶었다. 또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비행은 늘 낯선 크루들 과의 동행이었다. 매번 바뀌는 매니저와 선배들로 매 비행의 분위기도 그날의 목적지만큼이나 새로웠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도 어려웠지만 처음 만나는 선배들의 성향을 살피며 내가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모든 행동과 말이 다 조심스러웠다.
나는 내향적이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친한 친구들에게도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었고, 만나서 수다를 떨어도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쪽이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는 최대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편이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비행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붙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내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수십 번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일을 싫어했던 건 아니다. 나는 내 일을 어느 누구보다 좋아했다. 새벽 비행 중 창밖으로 보이던 붉은 노을은 감동스러웠고,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과 “고마워요”라는 승객의 말 한마디는 내 가슴을 따듯하게 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비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신입승무원 때였다. 선배가 담당하던 구역에서 좌석 문제로 탑승 때부터 화가 난 손님이 반복해서 컴플레인을 하셨다. 말투와 표정도 굉장히 날카로웠다. 내 담당 손님은 아니었지만 신경이 쓰이고 말한마다 표정까지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손님께 다가갔고, 요청받지는 않았지만 담요와 차 한잔을 건네 드리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불편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편안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순간, 손님의 태도가 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비행이 끝날 무렵 담당구역 선배를 통해 손님께서 나에게 칭찬레터를 남기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조용한 사람도 진심을 다한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경험들은 날 계속 이끌어 주는 힘이 되었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무표정하던 선배, 까다로운 매니저를 만난 비행에서는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 위에 그럼에도 나의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조용하고 꾸준한 방식으로 그 시간들을 견디고 또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게 익숙하진 않아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 진심을 전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내향적인 나의 성격도, 조용한 태도도 내 일을 사랑했던 내 모습의 일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그 시절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조용하고 묵묵히 내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켜낸 나였다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