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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Mar 10. 2019

토기 화병

몸 속에 흐르는 피는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서 받은 게 아닐지 모른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ᆢ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호모 사피엔스 이전 태고의 시간에 이르게 된다. 그 야만의 시대 생존했던 등이 구부정한 유인원의 피가 수억년의 시간을 건너와 돌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내 살과 피 속에는 빙하기의 고난이 깃들어 있고, 거대한 파충류에 쫓기던 포유류의 비애도 스며있을 것이다. 깨지고 부서진 원시의 기억은 이미 화석이 되어 굳어버렸지만 그리움 한자락 구름처럼 흘러가 머문다. 오랜 세월의 더께에 묻혀 아득해진 태고의 기억이 오늘은 향내를 풍기며 코끝을 스친다. (* 같은 그림이지만 색감을 달리 하니 느낌도 조금 다르다.)


● <토기화병> 크기: 23cm×32.2cm(위), 23cm×33cm(아래) 호일아트(은지화) ~ 쿠킹 호일 위에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올린 뒤 한지로 배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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