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미술의 오랜 소재 중 하나는 인체, 즉 사람의 몸이다. 뭐 따지고 보면 모든 학문이 인간을 탐구하는 거지만 미술에서는 인간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탐닉한다. 그래서 생겨난 게 누드화. 옷은 인간을 꾸며서 돋보이게도 하지만 인체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누드화는 이 장애물을 걷어버리고 몸에 흐르는 매끄러운 선이나 근육의 굴곡을 화폭에 담는다. 미술 전공자들은 인체 드로잉을 많이 하지만 미대의 문턱도 가보지 못한 난 드로잉 실력이 한참 뒤쳐진다. 게다가 비싼 돈을 주고 모델을 살 수도 없으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왕 상상에 의존하는 김에 좀 더 신비스러운 느낌이 날 것 같아서 푸른 몸뚱이의 누드를 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