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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Jan 01. 2023

헤어질 결심 ㅡ 2023년은 달콤하게^^

<헤어질 결심>


만남은 희안한 사건이야

불시에 찔린 독침 같은 거야

전갈 꼬리 같은, 살모사 이빨 같은

치명적 운명이었던 거야

밀물처럼, 마그마처럼

뚝을 범람하는 강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거야

병든 마음으로 시들어갈 땐

노을처럼 찬란한

병든 사랑조차 필요했던거야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머리에서 발끝까지 독이 되어 퍼질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거야

조금은 우아하게 중독되어

환멸의 시간을 탈출해보는 거야

나를 견디기 위해, 세상을 견디기 위해

기꺼이 너에게 붕괴되는 거야

죽음의 키스처럼 달콤한

너의 심장을 갖고 싶었던 거야

내 숨결에 너의 숨결을 포개고

독한 사랑에 감전된 채로

아름답게 질식해버리는 거야

아무도 찾지 못하게

너조차 찾을 수 없게

바다 밑에 깊이 수장되는 거야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아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불면의 밤을 너에게 선물할 거야

끝끝내 헤어질 결심으로

오래도록 네 곁에 남을 거야.


(*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ᆢ 뜬금없이 ㅎㅎ. 2022년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2023년 새해는 더 달콤하게 맞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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