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만남은 희안한 사건이야
불시에 찔린 독침 같은 거야
전갈 꼬리 같은, 살모사 이빨 같은
치명적 운명이었던 거야
밀물처럼, 마그마처럼
뚝을 범람하는 강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거야
병든 마음으로 시들어갈 땐
노을처럼 찬란한
병든 사랑조차 필요했던거야
찌르르 찌르르 찌르르
머리에서 발끝까지 독이 되어 퍼질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거야
조금은 우아하게 중독되어
환멸의 시간을 탈출해보는 거야
나를 견디기 위해, 세상을 견디기 위해
기꺼이 너에게 붕괴되는 거야
죽음의 키스처럼 달콤한
너의 심장을 갖고 싶었던 거야
내 숨결에 너의 숨결을 포개고
독한 사랑에 감전된 채로
아름답게 질식해버리는 거야
아무도 찾지 못하게
너조차 찾을 수 없게
바다 밑에 깊이 수장되는 거야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아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불면의 밤을 너에게 선물할 거야
끝끝내 헤어질 결심으로
오래도록 네 곁에 남을 거야.
(*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ᆢ 뜬금없이 ㅎㅎ. 2022년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2023년 새해는 더 달콤하게 맞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