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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Jun 18. 2023

<은지화의 발견 - 선, 빛, 색> 전시 후기

장세현 은지화 개인전

<은지화의 발견 - 선, 빛, 색> 전시 후기


팔자에도 없는 첫 개인전이 막을 내렸다.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얼떨떨하다. 언제고 개인전을 열 거라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이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부랴부랴 치르게 될 줄은 몰랐다. 전시장이 외곽이라 SNS 이외에는 거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온다는 사람도 더러 말렸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방문객은 적었지만 은지화 시연 강좌 때는 자리가 비좁을 만큼 북적거렸다. 외진 곳임을 감안하면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뜻밖에 작품이 조금 팔렸다.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살짝 고민이 된다.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할까,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려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깊은 울림을 주면 그만이다. 이번 전시에 팔기 싫은 그림이 2점 있었다. 가격을 좀 세게 붙이면 아무도 넘보지 않을 줄 알았다. 하나는 오프닝 첫날 빨간딱지가 붙었고, 또 하나는 전시 막바지에 누군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결국 팔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시 기획한 분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하나라도 내 품에 남겨두길 잘한 것 같다. 그림에 이상한 나르시시즘 같은 게 내겐 좀 있다. 내 손끝으로 낳은 자식 같아서 보낼 때 보내더라도 조금은 더 내 곁에 두고 싶다.


전시라는 게 그간의 성과물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그 이상의 중압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동안은 유유자적, 족보에도 없는 그림을 내멋대로 그리는 데 만족했다. 앞으로도 쭈욱 그러고 싶었다. 이제 그러기 어렵게 되었다. 이 미천한 중생의 그림을 구매한 분들, 그들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게중엔 내 첫발을 응원하기 위해 빠듯한 살림살이의 얇은 지갑을 연 분도 계신 걸 안다. 대부분 미술품 구매가 처음인 분들이다. 그들에게 답례하는 길은 소장 가치를 높여주는 일밖에 없다. 그러자면 나태할 수 없고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다. 5년 후, 10년 후 열배 백배의 가치로 만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그저 얻는 건 없다.


전시가 아니었으면 동탄이 어디 붙었는지 알지도 못했을 텐데 이제는 내 그림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번 첫 전시를 따뜻한 기억으로 수놓아준 동탄 주민분들과 먼길 마다 않고 귀한 걸음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음만 오신 분들을 위해 이번에 내놓은 전시작을 모두 올려본다. 실물 작품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아쉬운 대로 눈요기는 되지 않을까 싶다.


https://cafe.naver.com/eunji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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