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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Mar 31. 2019

  우리동네 중국집 이야기

사는 곳 가까이 '00'이란 중국집이 있다. 여기 짜장면이 꽤 유명하다. 화교가 하는 곳이라 직원들끼리는 중국말을 쓴다.


얼마 전 친구가 짜장면을 먹고 싶다 하여 모처럼 갔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한쪽 벽면에 못보던 그림이 눈에 띈다. 잉어가 그려져 있고 위쪽에 '년년유여(年年有餘)'란 한자가 써 있다. 주인장에게 물으니 중국 사는 친척이 가져온 선물이란다.

혼자 속으로 그림의 뜻을 되새기는데 친구놈이 불쑥 말한다.

"야, 너가 본다고 뭘 아냐? 아, 아니지ᆢ 참, 너 그림 좀 그린다며ᆢ저게 뭔지 알면 설명 좀 해 봐라!"

"내가 뭘ᆢ 나도 잘 몰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긴가민가한 것은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라 주인장을 쳐다봤다. 주인장 역시 대답이 시원찮다.

"글세요. 뭐라더라, 이걸 걸어놓으면 돈 많이 번다던데 뭔지 저도 잘ᆢ."

그 말을 듣고 짐작되는 바가 있어 나름의 어설픈 해석을 늘어놓았다.

"음ᆢ 제가 추정하기로는요. 저건 읽어야 되는 그림인데요. 물고기는 한자로 '어(魚)'인데 중국에서는 '남을 여(餘)'자와 읽는 발음이 같거든요. 맞죠?"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바로 해석이 되네요. 년년(年年)은 '해마다' 혹은 '해가 갈수록'으로 해석하면 되고요. 유여(有餘)는 '남는 것이 있다'니까 수익을 많이 남기라는 뜻이죠. 결론적으로 말해 해마다 장사 잘해서 수익을 많이 남겨 부자가 되라, 뭐 그런 뜻으로 저 그림을 선물한 거 같은데요. 물론 이게 백프로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주인장이 갑자기 박수를 치며 '맞다맞다' 하고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다. 기분이 좋았는지 주인장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그 날 먹은 음식값은 공짜였다. 서푼어치도 안되는 얄팍한 지식을 알량하게 써먹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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