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가들의 작품에는 비슷한 실수가 심심찮게 보이곤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단원 김홍도지요. 그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화가였지만, 무엇보다도 풍속화에 탁월한 솜씨를 보였습니다.
[단원풍속화첩]은 김홍도 풍속화의 결정판인 셈인데, 여기에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25개의 풍속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씨름>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랄 수 있는 작품이지요. 구도나 기법면에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걸작입니다. 질서정연한 구도 속에서 씨름판의 긴장과 흥겨운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솜씨야말로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지요.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이지요. 그림을 잘 보면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잘 알려져서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이걸 잘 알고 있는데요. 구경꾼 중에 왼손과 오른손의 모양이 서로 바뀐 사람이 있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를 한번 보세요. 몸을 뒤로 젖힌 사람의 손이 바뀌어 매우 어색합니다. 이를 두고, 그림 보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 화가가 일부러 이렇게 그렸다느니, 씨름판의 달아오른 열기에 화가 또한 다급한 나머지 손가락 모양을 바꿔 그렸다느니, 아차 하는 순간적인 착각에 따른 실수라느니, 여러 얘기가 분분합니다.
그런데 김홍도의 풍속화를 잘 보면 <씨름>뿐이 아닙니다. 단원의 다른 풍속화 그림, 이를테면 <새참>이나 <무동> <벼타작>에도 이런 실수가 보인다는 거예요. 위대한 천재의 이처럼 잦은 실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아직까지 여기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내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요. 다만, 한가지 짐작되는 바는 있습니다. 조선 후기 조희룡이 쓴 [호산외기]에는 화가들에 대한 얘기가 간혹 실려 있는데, 거기엔 이런 일화가 전하고 있답니다.
‘김홍도는 원래 집이 가난하여 간혹 끼니를 잇지 못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 한 그루를 팔려고 하는데 매우 특이하였다. 돈이 없어 못 사고 있는데, 마침 돈 삼천 전을 보내준 사람이 있었다. 곧 그림을 받으려는 예물이었다. 이에 이천 전을 떼어 매화를 사고, 팔백 전으로는 술 몇 되를 사서 동인(同人)들을 불러모아 매화를 감상하는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나머지 이백 전으로 쌀과 땔나무를 사니 하루의 계책도 못되었다. 그의 소탈하고 광달함이 이와 같았다.’
김홍도의 이런 호쾌한 성품은 비단 일상 생활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데도 그대로 투영되었지 않았을까요? 그의 풍속화를 보면 세심하게 공을 들인 흔적은 보이질 않습니다. 그저 붓 가는 대로 쓱쓱 그렸다는 인상을 짙게 풍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가 치밀하고, 등장 인물들의 표정과 성격을 정확히 잡아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곡을 찌르는 익살과 해학적 분위기로 그림의 품격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지요. 그러니 손이 바뀌는 정도의 사소한 실수는 그에게 술잔에 빠진 작은 티끌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정도야 개의치 않고 꿀꺽 삼켜버렸을 테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