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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자객 Apr 05. 2019

우리동네 중국집  이야기 - 후속편

과음을 하고 난 다음날, 뭔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당긴다. 짬뽕이 제격이다. 지난번 그 중국집을 또 찾는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주인장이 슬쩍슬쩍 곁눈질을 하며 쭈뼛쭈뼛하는 눈치다. 모르는 척 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눈길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다.

"저, 이거 있잖습니까ᆢ 이것도 저 그림하고 같이 선물 받은 건데요. 재물복을 불러오는 거니까 여기다 잘 두라고 해서 모셔놓긴 했는데ᆢ 글세 이게 예쁜 것도 아니고 왜 여기 두라고 했는지ᆢ 허허 참!"

주인장은 말끝을 흐리며 카운터 테이블 위의 배추 모형을 손으로 가리킨다.

슬며시 미소가 새어나왔다. 이건 그나마 좀 아는 거다.

"음, 그건 말이죠. 배추가 한자로 백채(白菜)인데요. 이걸 중국어로 발음하면 빠차이 혹은 파차이가 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발음이 중국의 새해인사인 발재(發財)랑 똑같아요. 발재는 재물이 피어나다, 즉 '부자되세요', 하는 뜻이죠. 한편 백채를 백가지 재물을 뜻하는 백재(百財)로 보기도 해요. 어느 것이든 뜻은 비슷하죠.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런 중국식 신년인사가 광고에서 크게 히트친 적이 있죠. 여러분~ 부우자아 되세요~!"


말을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거의 먹어갈 즈음 주인장이 다가와 접시를 하나 내려놓는다. 먹음직스런 만두가 가득 담겼다. 주인장을 올려다보니 객적은 웃음을 지으며 '서비스요~!'  하고 말한다. 해장을 잘 마치고 나니 말끔히 술이 깬 느낌이다.


전칭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부분


(* 서양화에 정물화가 있다면 동양화에는 기명절지도가 있다. 정물화는 형태나 색감을 탐색하지만 기명절지도는 뜻과 의미를 탐색한다. 그 소재 또한 정물화는 별의별 잡동사니가 다 포함되지만 기명절지도는 단골 소재가 거의 일정하다. 화병이나 도자기 같은 기물과 꽃이나 과일 같은 화훼가 주종을 이룬다. 특이한 것은 별로 예쁘지도 않은 배추가 그려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재물을 얻어 부자되세요,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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