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화론서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석도화론>. 이 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획이 만획'이다. 한번의 붓질이 만번 붓질한 만큼의 무게감을 가진다는 의미일 텐데 그림을 웬만큼 그려본 분들이라면 깊이 공감하게 마련이다. 점 하나 선 하나 어찌 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나 아우라가 확 달라지는 걸 수없이 경험한다. 그래서일까? 때론 그리는 시간보다 화면을 쳐다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다. 좀 부족한 듯하여 획을 더하면 넘치고, 넘치는 듯하여 지우면 부족해지는 까닭에 점 하나를 두고도 지웠다 넣었다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다소 넘치더라도 넣는 쪽을 택했지만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빼는 쪽을 택한다. 과유불급, 넘치는 건 부족함만 못하니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건 없는 게 낫다. 저 나무의 수많은 물방울 문양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막 찍은 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 그리면서 제목을 고민했다. 휴식으로 지을까, 설레임으로 지을까. 나무와 의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휴식이 좋고, 새 두마리에 초점을 맞추면 설레임이 맞을 듯하다. 결국 휴식으로 지었다. 의자를 비워두었으니 누구든 그림 속에 들어가 편히 쉬시다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