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일 은지화는 미개척 분야다. 그림을 그리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뜻하지 않은 우연의 효과가 불쑥불쑥 나타날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것을 '신의 손 효과'라 부르기로 했다. 신의 손이 잠시 내 몸을 빌어 화면 위에 신비로운 색감이나 형태감을 남기고 떠난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신의 손 효과는 의도적 계산을 통해 얻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한 실수로 나타날 때가 더 많다.
지인의 주문작으로 이 작품을 그리다 또 하나의 신의 손 효과를 찾아냈다. 그 어느 위대한 예술가도 신의 손을 능가하지는 못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신의 손 효과에 늘 겸손해하는 이유다. 새로운 기법적 실험을 처음 한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 게 원칙이니 양해를 구한 뒤 이건 내가 소장하고 더 멋진 작품을 하나 새로 그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