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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참깨가 맞나요? 진짜 국산 참깨 맞아요?

누가 좀 알려주세요~

by 재섭이네수산

이야기의 시작은 30년 전 강원도 어느 산골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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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혼부부가 있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 신혼여행을 갔다가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국도였습니다.


길 옆에는 "국산 참깨 팜" 허술하게 손으로 쓴 글씨의 팻말이 있었고, 노부부가 길 옆에서 참깨를 직접 털고 있었습니다. 신혼부부는 " 저거 너무 확실한 국산 참깨같아. 꼭 사가자." 부부는 마음이 합해져 가격이 얼마가 되었든 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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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을 사서 국산 참기름을 짜서 먹어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근처 방앗간으로 갔습니다.

"이거 시골에서 구매한 국산 참깨에요. 맛있는 기름으로 짜주세요."

새신부는 이래저래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방앗간 사장님께 당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내 방앗간 사장님의 한 마디에 좋았던 기분이 다 망쳐져 버렸지요.

"에잉~ 이런 걸 어디서 사왔다고? 강원도 땡땡 마을에서? 그럴리가 없어. 이거 완전 속이 텅텅빈 쭉정이 같은 중국산 참깨잖아. 요새 이런 거 갖고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네?"

새색시는 놀랐고, 분노했고, 슬펐습니다.

국산 참깨가 아니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털고 계시던 참깨는 무엇이었지요?

"너 고향이 어디니? 이 옆에 밭에서 태어나 자라고 털려진 참깨 맞니? 아니면 배타고 왔니? 출생에 대해 알려줄래?"

참깨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신혼부부는 그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단호하게 중국산 참깨라고 하시는 방앗간집 사장님 말을 믿고 나니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결국 시골이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사기를 친다. 믿을만하지 못하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 이 얘기를 다시 들은 우리들은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님이 올 것을 어찌 알고 중국산 깨를 준비해두었다는 말인가?

털고 있던 깨는 진짜 자기들이 농사지은 국산 참깨고 그걸 보고 사가는 사람들에게는 저 뒤에 준비해둔 중국산 참깨를 주었다?

방앗간 사장님은 어떤 근거로 신혼부부가 가지고 온 참깨를 중국산 참깨라고 하였는가?

방앗간 사장님의 판단이 100퍼센트 신뢰할만한가?

방앗간 사장님은 국산 참깨를 중국산 참깨라고 사전 연막탄을 친 뒤 신혼부부가 사온 국산참깨를 빼돌리고 중국산참깨로 기름을 짜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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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옥수수밭 옆에 천막을 치고 "직접 농사지은 윤기 좔좔 강원도 찰옥수수 팝니다." 라고 써놓고 장사하는 곳에서 옥수수를 몇 자루씩 사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쪄놓고 보니 윤기도 없고 먹어보니 찰지지도 않고 맛이 없는 옥수수였습니다. 온 가족은 너무 실망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 천막이 쳐 있는 곳 옆에 밭에서 나는 옥수수는 이미 다 팔렸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사가지고 온 옥수수를 강원도 찰옥수수라고 해서 판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제가 증명해낼 길은 없었습니다. 그저 맛을 보고 강원도 찰옥수수가 아닌데 라고 할 뿐이지만,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알던 강원도 찰옥수수지요. 내가 알던 게 진짜 강원도 찰옥수수가 아닐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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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논쟁은 심화되어 갔는데, 시간 관계상 처음 이야기를 꺼내신 분께서 마무리를 짓자고 하셨습니다.



내가 이 말을 한 이유는, 어떤 농사나 다 힘들긴 매한가지이지만 특히나 참깨 농사는 시골을 떠나게 만들 정도로 힘이드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산골에서 직접 농사짓고 털어놓은 참깨가 얼마나 귀한 작물입니까? 노부부의 모습에 이것은 찐이다 해서 비싼 돈 들여 사온 참깨가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기대한만큼 실망이 커서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고, 시골 사람들이 순진하기만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까지 하게 되더랍니다. 끝! 일하러 가자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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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돌아와서 다시 글 씁니다.



방앗간 사장님께서 잘못 아시고 하신 말씀이었기를, 노부부가 판 참깨가 진짜 노부부가 농사지은 참깨였기를 바래봅니다. 언제나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은 어디서나 정직하길 바랍니다. 장사꾼의 정직은 좋은 물건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구매자의 도리야 좋은 물건은 제 값 주고 사는 것일테고요. 좋은 재화나 서비스를 얻고자 하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옳은 원리겠지요?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가성비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내가 낸 돈 이상의 가치를 할 때 그것을 가성비가 좋다고 하는 거, 알죠 알죠. 쉽게 말하면 싸고 좋은 것이 가성비가 좋다고 하는 거겠지요? 그러나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좋은 것은 비싸겠지요. 싼데 좋다면 싸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낮았을 것이고, 많이 낮은 기대이다보니 조금의 효과를 보아도 싸고 좋다 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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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식당인지 가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컵에 물이 잘 채워지는가?"를 보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내 컵이 빈 것을 알고 채워준다는 것은 계속해서 우리 테이블을 주시해야만하는 일인데, 고급 식당은 직원들을 많이 쓰기 때문에 직원 1명이 맡은 테이블 수가 작아서 식사를 하시는 손님들에게 필요한 것을 금방 금방 알아차리고 채워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이 식당은 밥값이 비쌀 것입니다. 그런데 물이 자주 채워지지 않으면 "이 식당 서비스가 별로네" 판단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김밥 한 줄에 2,000원 하는 식당에 가서 '물은 셀프'라는 문구가 써있다고 해서 이 식당 서비스가 별로네 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싸면서 그러한 서비스까지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만한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서비스값이 포함된 고급식당으로 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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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면, 저희 엄마의 간장게장 가격은 중500g(알배기암꽃게2마리)에 3만원입니다. 여기서, 다른 게장 파시는 전문가님들은 간장게장 무게는 어떻게 정하나 매우 궁금합니다. 어떤 간장게장 집은 1kg에 2만원인데, 꽃게가 2마리이고, 야채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시커먼 간장이 수북 있었습니다. 다른 게장 판매자들을 까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지 놀랍고, 한수 배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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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잇속만 차린 터무니없는 바가지가 아니라는 전제로 비싼 꽃게와 비싼 양념으로 담은 간장게장은 가격이 비싸겠지요? 만약 게장 값을 낮추고 싶다면 저렴한 재료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익 없이 팔던지. 둘다 하기 싫고, 많이 안팔아도 좋으니 건강하고 좋은 간장게장을 원하는 분께 제 값을 받고 파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우리 엄마를 응원합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팔렸으면 하는 속물 근성을 가진 딸이, 아니 사업가 기질을 가진 딸이, 엄마가 정직한 판매자의 길을 걸으며 돈도 많이 벌 수 있도록 오늘도 이런 글을 쓰며 홍보에 열을 올려봅니다. 많이들 애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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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참깨를 국산 참깨로 팔지 않고, 중국산 꽃게를 국산 꽃게로 팔지 않고, 간장 무게까지 게장 무게라고 표기하지 않으며, 돈을 좀 더 벌기 위해 먹을 걸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신혼부부, 믿고 국산 참기름 좀 먹어봅시다!

900%EF%BC%BF1756646311403.jpg?type=w773 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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