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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세상이 있었다.

by 재섭이네수산

"언니, 추워. 엄마 언제 와?"

"일단 이거 덮자. 토닥토닥해줄게."


방바닥이 차다.


아직 우리는 꺼진 연탄불을 피우지 못할만큼 어리다.


두 아이를 덮은 담요 바깥으로


발가락이 툭 튀어나온다.


그걸 보며 두 아이는 뜻모를 웃음보를 터트린다.


어린 우리를 채 다 덮지 못했던 담요.


담요마저도 어렸었나보다.



온돌바닥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분명, 멀리 일 나갔던 엄마가 돌아와


연탄불을... 갈아주셨나보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찬바닥에서 그새 잠이 든 아이들을 보시고


마음 아파할 겨를도 없이


번개탄을 꺼내 불부터 붙이셨을게다.



하얗던 런닝셔츠가 누래지고


목부터 축 늘어질 때까지


우리는 불평 하나 없이


하나씩 나눠 입고 마냥, 좋아라 했다.


런닝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나보다.



발가락이 삐죽 나오고


어깨도 채 덮지 못한 채


차가운 윗공기에 빨개진 코를 하고선


어린 담요 나란히 덮고


엎드려 누워 조잘거리던 그때,


우리만이 웃을 수 있는


우리의 세상이 존재했었다.



나는 촉새


너는 참새


엄마는... 어미새.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어려움이


우리들에게만 드리워졌을리 만무하건마는


불행이 마치 우리를 뽑기라도 한 듯


마르지 않는 암반수마냥 철철 흐르다


매일같이 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속에 어린 담요와 늘어진 런닝이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술병이 쌓이는만큼


어미새의 멍도 늘어만 간다.


어미새는 둥지를 떠나려 했다가도


어린 담요와 축 늘어진 런닝으로


겨울을 버틸


참새, 촉새 생각에


다시 화산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매일


자신의 지친 몸을 추스리지도 못한 채


연탄불을 갈아준다.



이제 연탄불은 내 손으로 갈 수 있게 되었건만


그 사이 어미새의 허리가 꺾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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