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면역력, 나의 세상을 지키는 힘>

다시 쓰는 결혼 일기 - 1월 20일 자

by 재섭이네수산

현장에 있을 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속에 있으면 너무~ 편안할 것만 같았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되니 이거 이거 두꺼운 허리가 두 동강 날 것 같은 고통이 두통을 이겨내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계속 누워 있는 것도 아픈 상태면 너무 곤란하다.


"집에 있지?"

인규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나 집 아닌데."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는 내가 아프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나를 끌고 나가 운동을 시킬 것이라는 것과 내가 지금 집에 있으면 저 인간에게 끌려나간다는 것을.

"그거 운동을 안 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야. 나와!"

저 인간은 소문만 무성하고 왜 아직도 지방에 내려가지 않은 상태로 나를 괴롭히는가? 나는 허리가 너무 아파 일어나야만 했고, 이 순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안 나가면 쳐들어와서 끌려나갈 수도 있겠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기에 체온 보호를 위해 꽁꽁 싸매고 밖을 나섰다. 생각보다 바깥공기는 덜 춥고 상쾌했다.


"전부터 말했지. 넌 면역력이 너무 약해. 운동해야 한다고."

"잔소리 더 하면 나 들어간다."

천천히 걸었다.

강을 보았고,

철새들이 나는 것을 보았고,

잎이 사라지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을 보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른 옷을 입은 자연의 모습이었다.

나무에게도 면역력이 있을까? 저 나무들 중에도 겨울을 이기는 나무가 있고 이기지 못해 병들어 시드는 나무도 있겠지? 그러나 그것도 자연의 이치겠지? 내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흘러가고, 나는 지금 면역력을 잃은 한 그루의 나무. 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푸른 잎사귀도 내지 못하고 시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면역력을 키우지 않으면 시들고 마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면역력이 싸구려인 나는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하겠지? 슬프지만 지금 사는 내 세상을 지키고 힘차게 살아나가려면 키우자 면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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