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1월 22일 자
며칠 아플 동안 한 선배도 다녀갔는데, 지형 씨는 단 한 번도 코빼기를 비추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많이 섭섭했다. 코도 크더구먼. 그런데, 오해도 잠시 그도 감기로 며칠 앓았다고 한다. 아뿔싸! 최초 감염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우리가 나눈 그 입맞춤이 문제였다는 것!
감기 이슈 뒤이어 지형 씨의 데이트 신청 문자를 확인하며 설레는 마음 일단 넣어두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었는데, 어머나! 세탁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뿔싸! 3주 전에 한 번 3일 동안 켜지지 않는 경고를 해주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젠장. 완전 고장. 수리비가 더 비싸 새 세탁기를 구매해야 했다.
무엇이든 잘못을 할 때면 내가 곧잘 하는 말이 있었다.
"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나 스스로 이런 후회의 말을 자주 반복 하다 보니까, 사고는 갑자기 나는 게 아니라 꼭 한 두 번의 경고 후에 일어난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사고가 있으면 이것을 허투루 여기지 말자 생각하고, 예민하게 섬세하게 세밀하게 점검하고 체크하고 찜찜하면 하지 말자. 그것이야말로 큰 사고로 가지 않게 하는 단 한 번의 기회라 여기고 꼭 수정을 하자 다짐했다. 그러다 보니 매사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평가를 들을지언정 우리 팀은 가장 사고가 안 나는 팀이 되어있었다.
순간 연애도 다름없을 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는 이미 현수와 짧지만 임팩트 강한 다소 끔찍한 연애를 경험한 터라, 지형 씨와 나의 첫 입맞춤이 감기로 이어졌다는 것은 경고, 경고! 그러는 것 아닐까 조심스러워졌다. 한 발 멀어져야 할 것 같다.
나는 별안간 지형 씨의 데이트 신청 문자에 거절하는 문자를 보내버렸다. 갑작스러운 내 발 빼기를 감지한 지형 씨는 당황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독감이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고 몸서리쳐졌다.
지형 씨 미안해요! 밥이랑 영화랑 뮤지컬이랑 연극 관람은 다음에, 진짜 다음에 하도록 해요.
나란 인간, 참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 분명했다. 인정! 그러나 이대로 고 하기엔 너무 아팠기에 나는 머뭇거려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