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1월 24일 자
해바라기는 사실 기름을 짜기 위한 용도로 키웠다고 한다.
해바라기씨유.
게다가 나는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참 좋아했다.
해바라기는 꽃말조차 당신을 바라봅니다이니
몸도 마음도 아낌없이 모두 주는 해바라기 아닌가?
그런 꽃을 들고 내 집 앞에 서있는 저 핸썸한 남자라니.
순간 내가 무슨 복이 터졌을까 싶었다.
저런 남자를 두고 내가 어떤 짓을 했었지?
망설였고 머뭇거렸다니 이것 참.
화사의 "멍청이" 듣고 가실게요.
트윗트윗트윗.
말없는 그가 내게 상콤달콤한 말을 건넸다.
"보고 싶었어요."
아~ 심장아 너 살아있다는 거 아니까 그만 요동칠래~~
나를 보고 싶었다잖아~ 어떻게 참아.
응 아니야~
영화를 같이 보고 싶었대. ^^
나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다시 듣고 가실게요.
화사의 "멍청이"
편안한 등받이 의자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앉아
팡팡 터지는 사운드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길 얼마만이었는지.
나는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누구와 가는지가 더 중요한 사람인지라
그와 함께였기에
오늘은 참 좋은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퍼지는 티트리향과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꽃과
식욕을 돋우는 씬들은
마침내 우리를 어느 맛집으로 인도해 냈다.
그와 나는 이제 우리가 되었다.
삼겹살을 먹었으니 볼꼴 못볼꼴 다 본 우리 아닌가?
"좋았어요."
이번엔 안 속는다.
영화가 좋았다는 얘기라는 것을.
"오늘 소영 씨와 함께 한 시간이 좋았어요."
다행히 이번엔 진짜 상콤이 감상평이었다.
"저도 좋았어요. 한줄평. 오감만족."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입김이 너무 추워 보였기에
이쯤에서 서둘러 안녕을 고하였다.
다음에 만나요라는 것은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우리 앞에 차려진 밥상이라는 것을 눈치채버렸기에
서두르는 발길도 아쉽지만은 않았다.
가만히 왔나 보다.
봄바람이.
소리 없이 싹텄나 보다.
사랑의 씨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