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1월 30일 자
저녁이 되었다. 내일 농장을 떠나기로 하고 각자의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그때 내 핸드폰이 조용히 울렸다.
"별 보러 갈래? 조용히 둘이서."
그의 밤데이트 요청에 나는 심장이 콩닥거렸다. 농장 식구들이 모르도록 움직여야 했기에 나는 조용히 그리고 방문을 열면서 동시에 벽에 쫙 붙었다. 농장의 밤이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cctv는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었고, 그것을 지켜보시는 농장주 분들의 눈을 피해야만 했던 우리는 미션임파서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전화 상으로 내 행동 지침을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몰래데이트란 이런 묘미가 있구나. 스릴이 넘쳤다.
여기저기 CCTV 없는 곳으로 움직이느라 정말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그가 어디서 구했는지 헤드렌턴을 켜기 전까지는 정말 칠흑같이 어두워서 몇 번을 서로의 발을 밟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나름 좋았는데. ^^
낮은 언덕이었지만 그것도 언덕이라고 구불구불 높기도 하다 느낄 때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 이거지~ 나는 못이기는 척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세게 잡아당겼다. 그럼 그 엔딩은 어떻겠는가? 그의 가슴팍으로 폭 안기고 그의 한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다가 둘은 눈이 맞고, 키스~.
그래야 마땅한데 내가 조금 묵직한 터라 그가 세게 잡아당긴다고 당겼는데
"아 힘 좀 써봐유~!"
그러고 있었다.
"살빼자. 분위기 완전 깨졌다."
"아항 몰라 몰라~"
"자기 불리할 때면 꼭 혀가 반토막이 나더라. 징그러."
눈이 그쳤지만 언덕엔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한참 깊은 데로 올라갔더니 그가 말한 암흑 천지에 도달하였다.
"뒤 돌아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은하수였다. 별들이 아주 메밀꽃처럼 흩뿌려져 피어있는데, 그렇게 가까이에 수많은 별들이 다가와 있다니, 처음 보는 이 광경은 황홀경이 따로 없었다.
별자리 하나 하나 짚어서 설명해주는 그의 모습에 나는 별자리를 보는 게 아니라 그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가 내가 약간 힘들어보였는지
"앉을까?"
그랬다. 눈이 쌓인 바닥이라 어디 앉을만한 데가 없어서 머뭇거리는 그때였다. 그가 언제 준비해왔는지 가방 안에서 방수 되는 털방석을 꺼내놓는다.
"여기 앉아."
그리고 자기는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더니
"춥지? 차 한 잔 할까?"
"차를?"
그가 가방에서 또 보온병을 하나 꺼내고 종이컵을 꺼냈다.
"너랑 마시려고 챙겨왔다."
그가 달리 보였다. 이렇게 듬직한 모습이라니. 이렇게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니. 이렇게 스윗한 사람이라니.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