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결혼 일기 - 2월 5일 자
흩날리더니 이내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지인 댁으로 가던 우리는 함박눈이 지겨울법도 한데 어쩐 일인지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남편이 어제 본 재밌는 영상을 보여주었고,
내가 그에 맞는 웃음 리엑션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오랫만에 서로 화기애애해졌던 걸까?
더 기분 내자고 차를 버리고 걸으며 가장 가까이 보이는 커피숍으로 가
부드럽고 달달한 카페라떼를 주문하였다.
넘어질 뻔한 서로를 가끔 구원해주며 생색도 내고
어긋장 놓는 소리 가끔 하면 살짝 밀치기도 하고
내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찡그리면 내 볼을 꼬집고
"아 귀여워~"
연발하는 남편의 목소리에 오랫만에 설렘이 묻어있다.
부부가 40대가 되면 미워하는 시기라고 하더라.
우리도 참 많이 미워하고 많이 싸우는 시기였다.
보통의 부부처럼.
아니 그보다 더 치열하게.
구준엽이라고 하는 가수가 있다.
그의 현재 부인은 서희원인데, 2월 2일 영면에 들었다.
서희원은 대만에 꽃보다남자라는 드라마에 산차이로 나와
엄청난 인기스타가 된 배우였다.
구준엽과 1998년에 만나 2000년쯤 이별을 했었다가
다른 재벌남과 결혼을 한 그녀가 2021년즈음 이혼을 했고,
과거 짧은 연애 끝에 헤어졌던 구준엽과 2022년 재회해 재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올해 2월 2일 급성 폐렴으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그 기사를 오늘 남편과 함께 보며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싸우기를 멈추고 서로 눈을 맞추며 웃고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가장 오래도록 함께 한 사이.
앞으로도 끝까지 평생을 함께 할 사이.
부부다.
우리 부부는
구준엽과 서희원의 짧은 결혼 생활을 안타까워하기를 몇 시간에 한번씩 했다.
그리고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럴 때면
우리는 우리 부부를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갑자기 오랫동안 내 곁에 함께 해준 남편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함께 있는 동안 서로 아끼고 사랑하자 속으로 되뇌었던 것 같다.
그래선지 오늘 마시는 커피가 더 부드럽고 달달하니 맛이 있다고 서로가 입을 모아 말했다.
오랫만에 마음이 맞아서 내가 눈을 찡그리며 이게 무슨 일이다냐~ 했다.
그리고 너무 자주 내리는 눈이라 오늘 내리는 눈이 지긋지긋했는데,
이 눈을 함께 맞고 함께 치우며 함께 헤쳐나갈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따스한 차와 함께 같이 늙으며 눈을 즐기고, 인생을 즐기자는 같은 생각을 품은 오늘이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