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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엄마의 이야기>

by 재섭이네수산

딸이 어릴 때 주말의 명화를 같이 꼭 챙겨봤다.

그 중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 이란 영화는

우리 기억에 씨게 박혀 남아있다.


내 기억이니까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멕시코의 풍습이었는데,

부모님과 같이 산 시간이 짧은 막내 딸은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 시절 서서히 이 풍습이 지켜지지 않을 때였는데,

이 엄마는 끝까지 풍습을 지키라고 한다.


주인공인 막내 딸에게 너무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는데

엄마의 반대로 결국 결혼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남자, 그녀의 언니와 결혼한다.

주인공 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서 말이다.


오마이갓~! 미쳤어!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의 언니의 결혼을 위한

웨딩케잌까지 만들어야 하는 운명이다.

결국 그녀는 케잌을 만들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눈물방울은 흘러 케잌 반죽 안으로 뚝뚝 떨어졌다.


이윽고 결혼식은 끝이 났고

피로연이 시작되며

컷팅된 케잌은 하객들께 손에 들려졌다.


그런데 그때, 케잌을 한 입 먹은 사람들마다

마법에라도 걸린 듯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오늘 나는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맛봤다.


고마운 고객님 덕에 기분 좋게 간장게장을 만들고

포장을 하던 찰나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에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던 동료의 소식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너무 심해졌다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으니까

나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나 뭐라나...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고, 미어졌고,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난 듯 철철 눈물이 났다.

정말 추억도 많고 정이 많이 들었던 친구였는데

아파서 그만둔다고 할 때도 나아져서 만나자 약속했는데...


한참을... 울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쏟아낼 눈물이 있음을 확인하며...


인생은 정말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다.

일면식도 없는 어떤 고객님 덕분에 웃었다가

오랜 친구의 비보에 울었다가.

너무 달았다가, 너무 썼다가.


내 눈물이 또르르 흘러 간장게장 속에는 아니고 뚜껑에 묻었을지도 모르는데,

간장게장 드신 고객님께서도 마법처럼 울고 계시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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